
서울 시내에 설치된 4대 은행 현금인출기(ATM). 연합뉴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ㆍ우리은행은 예ㆍ적금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낮췄다. ‘하나의정기예금’ ‘급여하나월복리적금’ 등 하나은행의 14개 예·적금 상품 기본금리가 종류ㆍ기간에 따라 0.1∼0.3%포인트 내려갔다. 우리은행도 이날부터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3월 24일 0.3%포인트 인하한 이후 한 달 반 만에 추가로 이자율을 낮췄다.
올해 들어 시중은행에서 3%대 금리 상품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의 주요 예금 상품 최대 금리는 연 2.55~2.60% 수준이다. 5대 은행으로 넓혀보면 NH농협은행의 ‘NH고향사랑기부예금’(3.10%)이 유일하게 3%대 턱걸이 중이다. 전체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도 지난 3월 2.99%를 기록하며 3%대가 무너졌다. 현재는 2.96%로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일부 저축은행은 오히려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22일 정기예금 금리를 2.8%에서 3%로 0.2%포인트 인상했다. 인터넷뱅킹으로 가입할 수 있는 변동금리 정기예금 상품 이율은 최대 3.2%다. 조은저축은행은 서울 본점에서 모집하는 정기예금의 금리를 2.8%에서 3.2%로 0.4%포인트나 올렸다. 예가람ㆍ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6개월 단기 예금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15%포인트 인상했다.
이런 일부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역주행은 수신 잔액 방어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최근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지난해 10월 103조5989억원에서 지난 2월 100조5769억원으로 4개월 새 3조원 넘게 줄었다. 2022년 11월 121조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내림세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시중은행과의 금리 격차를 크게 벌리는 건 당분간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온다. 고금리ㆍ불경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심화하는 등 자산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라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등 자산을 운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금리로 수신을 유치하는 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일부 저축은행의 금리 인상은 예금 만기를 앞두고 뭉칫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금자 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오는 9월 1억원으로 올리려는 금융당국 움직임에도 저축은행 업계는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머니무브’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예금금리다. 이를 공격적으로 인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예금보험료 부담만 커질 수 있어서다.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은 0.40%로, 은행(0.08%)의 5배 이상이다. 증권ㆍ보험(0.15%), 상호금융(0.2%)보다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