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의혹에 대해 답답해하며 이렇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박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16일 의원총회에서 박 의원을 당에서 제명한 데 이어 의원직 박탈까지 추진해 6·1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하지만 앞선 류 의원의 말처럼 박 의원에 대한 ‘윤리특위 절차’는 상징적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을 징계하게 돼 있는 윤리특위엔 이미 수년째 ‘논의 중’인 징계안이 수두룩하게 쌓여있기 때문이다. 윤리특위 위원 수는 교섭단체의 의석수 비율대로 배분한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원치 않으면 어떠한 진전도 보기 어려운 형태다.
제소만 할 뿐, 결론 없는 윤리특위
해당 회의록 마지막 부분엔 ‘11시 21분 비공개회의 개시’ ‘11시 31분 비공개회의 종료’라고 적혀있다. 이후 김진표 윤리특위위원장이 “오늘 회의는 산회를 선포하겠습니다”라며 마무리한다. 단 10분간의 비공개회의 끝에 아무런 결론도 내지 않은 것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국민의힘 전 윤리특위 소속 의원은 “기소도 되지 않은 박덕흠 의원을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의원이나 이상직 전 의원과 비교해선 안되기 때문에 박 의원을 뺀 나머지 두 사람을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윤미향 사태’를 공격에 이용하려고 제명을 미룬 것”이라는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지난 12일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 전 의원을 제외한 윤미향·박덕흠 의원은 모두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박 의원에 대한 윤리특위 제소도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 보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한 윤리특위 위원은 “민주당에서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며 결론을 미룰 것”이라며 “결국 제소는 지방선거 면피용 아니겠냐”고 했다. 설령 박 의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지라도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의원직 상실’이란 국회의 불문율이 적용돼 박 의원이 남은 약 2년의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 박 의원이 비위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 중인 것도 변수다.
소위원회 구성도 안 돼, 의원 이름 대신 '△△△'
1991년 첫 구성된 윤리특위가 의원직 제명을 의결해 본회의 투표에 부친 건 2011년과 2015년 강용석 전 의원과 심학봉 전 의원의 사례가 유일하다. 성폭행 의혹(이후 무혐의 처분)이 제기됐던 심 전 의원은 본회의 투표 전 자진 사퇴를 했고,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을 했던 강 전 의원은 본회의에서 제명안이 부결돼 의원직을 유지했다. 실제 표결을 거친 국회의원 제명 사례는 윤리특위가 없었던 1979년 당시 뉴욕타임스에 박정희 정부에 대한 비판적 인터뷰를 했던 김영삼 전 신민당 총재가 유일하다.국회 윤리특위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