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18일 오후 대검 검사급(검사장급), 고검 검사급(차장급)을 모두 포함한 검찰 고위 간부 등 인사를 발표했다. 한동훈 장관이 취임한지 하루 만에 단행한 이번 인사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측근 그룹인 ‘윤석열 사단’이 대거 전진 배치됐다.

이원석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 뉴스1
서울고검장엔 김후곤(57·25기) 대구지검장이 임명됐다. 역시 특수통인 김 고검장은 윤 대통령이 총장에 부임했을 땐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했다.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검찰 내에서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국면에서도 전국 검사장회의를 대변하며 반대에 앞장섰다.

김후곤 신임 서울고등검찰청장. 김현동 기자
이번 인사로 차기 검찰총장을 선정하기 위한 총장후보추천위 추천 절차가 시작되면 이 대검 차장과 김 고검장, 이두봉 지검장 간의 '3파전' 구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 장관 발탁으로 검찰의 지나친 연소화를 우려할 경우 검찰총장은 25기인 김 고검장과 이 지검장이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세대교체를 택한다면 이 대검 차장이 유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청법에 따라 추천위는 최소 3명의 후보군을 선정해야 한다.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빠른 이번 인사에 대해 "최근 법안 통과 과정에서 검찰총장,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의 사표 제출로 인한 검찰 지휘부의 공백, 법무·검찰의 중단 없는 업무 수행 필요성 등 인사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오른쪽)가 신자용 1차장(가운데), 신봉수 2차장 검사와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대검 공공수사부장엔 김유철(53·29기) 부산고검 검사가 발탁됐다. 김 신임 부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오른 2019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발탁돼 윤 대통령의 '눈과 귀' 역할을 했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엔 권순정(48·29기)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이 임명됐다. 권 신임 실장 역시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에 오른 2017년과 2019년 각각 법무부 검찰과장, 대검 대변인으로 윤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권 신임 실장 역시 지난달 꾸려진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준비단에 합류해 한 장관의 공보 업무를 전담했다. 한 후보자와는 서울대 법대 동기다.
서울남부지검장엔 양석조(49·29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이, 서울서부지검장엔 한석리(53·28기) 법무연수원 총괄교수가, 수원지검장엔 홍승욱(49·28기) 서울고검 검사가 각각 신규 임명됐다. 남부지검은 한 장관이 부활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편제된 곳이다. 서부지검은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 집무실을 관할하고 있다. 수원지검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루된 '수원FC 후원금 의혹 사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등이 계류돼있다.
고검 검사급(차장검사급) 인사에서 중앙지검 지휘부가 대거 물갈이 된 것도 이번 인사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앙지검 2차장엔 박영진(48·31기) 의정부지검 부장검사가, 3차장엔 박기동(50·30기)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이, 4차장엔 고형곤(52·31기) 대구지검 포항지청장이 각각 임명됐다. 박영진 신임 2차장은 한 장관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2020년 채널A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대검 의견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법무부 등에서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박기동 신임 3차장은 윤 대통령 당선 뒤 대통령직인수위에 파견돼 근무했다. 고형곤 신임 4차장도 윤 당선인 총장 시절 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조국 수사를 담당한 바 있다.

박영진 울산지검 형사2부장 검사(전 대검 형사1과장). 우상조 기자
대검찰청 감찰1과장에 정희도(56·31기)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을 보임한 것도 눈에 띈다. 당초 합수단장으로 부임할 것이란 예상을 깬 인사라서다. 친문(親文) 인사로 분류되는 한동수(56·24기) 대검 감찰부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인사에선 새로 검사장으로 7명이 승진했다. 연수원 28기에서 3명, 29기에서 4명이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30기에선 승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검찰총장 및 고검장급 8명이 집단 사퇴하면서 검사장 이상 자리가 최소 10석이 공석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검사장을 신규 보임하는 인사가 한 차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단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