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한 장애인의 휠체어에 장애인을 위한 요구안이 써붙여져 있다. 뉴스1
최근 한 유명 아이돌 콘서트에 가려던 장애인 김지혜 씨가 전화 문의 당시 들은 말이다. 일반석을 예매해서라도 콘서트에 꼭 가고 싶었지만 또 다른 난관을 겪어야 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신체 장애로 혼자 일상·사회 생활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에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대상자라 동반인 몫의 표 한 장을 추가 구매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김 씨는 결국 콘서트를 포기했다. 그는 "표 예약이 어렵기로 소문난 공연이라 두 좌석을 구매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대형 콘서트가 속속 재개되고 있다. 하지만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예매 문턱에서 넘어지기 일쑤다. 온라인 선착순 예매로 클릭 몇번이면 끝나는 일반석과 달리 휠체어석은 대부분 전화 예매를 해야 한다. 이마저도 쉽진 않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인 ‘배리어프리소플’ 이유정 대표는 “문의 전화가 몰리다 보니 예매를 위한 전화가 연결되기까지 20~30분씩 기다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휠체어석 없거나, 기둥뒤에 두기도

공연 예매사이트에 올라온 휠체어석 이용 관련 공지. 인터넷 캡처
그러다보니 휠체어를 타고도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장애인이 많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자 웹툰 '코리하라이브' 작가인 코하(필명)씨는 "휠체어를 타면 예매가 안 될 거라고 지레짐작해 포기하는 분이 제법 있다"고 설명했다.
아예 휠체어석을 다른 용도로 쓰는 공연장도 적지 않다. 코하 작가는 "한 공연장에 가보니 카메라가 움직이는 레일을 휠체어석 자리에 설치해뒀다. 휠체어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공연에 못 할 짓을 하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어 씁쓸했다"고 말했다.
애초에 휠체어석을 제대로 공연을 즐기기 어려운 위치에 설치하기도 한다. 객석 맨 뒷자리나 기둥 뒤 같은 시야제한석에 휠체어석을 놓는 것이다. 대형 공연장인 샤롯데시어터,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등은 휠체어석을 맨 뒷줄에 배치해뒀다.

보다 유연한 형태의 휠체어석 배치도 예시. 동반인석과 휠체어석이 함께 있는 자리, 계단이 아닌 경사로 형태의 이동 통로 등이 장애인의 공연 이용에 적절한 편이다.
법은 휠체어석 의무화, 현실에선 외면
재량에 맡긴 운영에 결국 피해는 휠체어 이용자의 몫이다. 김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도 넣어봤는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설치 외엔 법적 강제 사항이 아니니 차별을 당연하게 겪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명동예술극장 공연장 내에 마련된 휠체어석. 사진 명동예술극장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은 장애인법을 통해 휠체어석 운영 등을 의무화했다. 모든 구역에 휠체어석을 배치할 뿐 아니라 동반인석, 시야까지 고려한 안정적인 자리를 보장하는 식이다. 이 대표는 "한국도 휠체어석 설치에 그치지 않고 유지, 관리, 예매, 시야까지 전반적인 의무 사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하 작가는 "휠체어석 예매 경쟁이 일반 좌석보다 덜하니 특혜라 보는 분도 있다. 그러나 지하철에 노약자석이 필요한 것처럼 휠체어 이용자에겐 휠체어석이 꼭 필요하다"며 "그래야 더 많은 장애인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