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의 길을 먼저 간 일본에서는 인력 문제로 기업이 문을 닫는 사례가 2년 연속 역대 최대를 경신하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고, 중소기업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한 한국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주원 기자
일본의 조사전문기관인 테이코쿠 데이터뱅크와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조사와 보도에 따르면, 인력 부족(직원 퇴직, 채용 곤란, 인건비 급등)으로 파산한 기업 건수가 지난해 342건으로 전년 동기의 약 1.3배에 달해 2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중 채용의 어려움이 114건(전년 동기 대비 96.5% 증가)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테이코쿠 데이터뱅크는 "인력 확충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력 부족으로 인한 파산은 앞으로도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이 99건, 물류업이 46건, 음식점 16건 순으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많았다.
일본은행의 4월 ‘전국 기업 단기 경제 관측 조사에 따르면, 일본 산업의 고용지수(DI)가 마이너스 37로, 3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치가 낮을수록 인력 부족을 호소한 기업이 많다는 뜻인데, 마이너스 수준이면 인력 부족이 구조적 문제로 심화된 수준으로 해석된다.
사람이 부족하자 인건비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일본 노동조합총연합회의가 발표한 3월 춘투 1차 집계 결과에 따르면 평균 임금인상률은 5.5%로 2년 연속으로 5%대를 기록했다. 조합원 수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 노동조합에서는 5.1%의 임금 상승률을 기록해, 1992년 이후 33년 만에 5%대를 돌파했다. KOTRA 도쿄무역관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손 부족 및 인력 누수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에 비해 자금적 여유는 적지만 인재 확보의 필요성이 절박해진 만큼 높은 임금 인상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카이세대(일본의 베이비붐 세대·1947∼1949년 출생)의 은퇴와 저출산·고령화 심화에 따른 문제로 풀이된다. 한국 역시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하는 데다, 저출산·고령화 속도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빨라 유사한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김주원 기자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한국의 중소기업은 일자리 미스매치로 인해 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 그 충격은 일본보다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용노동부의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률은 3.2%로 대기업(1.6%)의 두 배 이상에 달한다. 지난 3월 중소벤처기업연구원(중기연)이 중소기업 58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중소기업 고용동향 분석과 시사점'에서도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이 28.9% 달했다. 중소기업 열 곳 중 세 곳이 인력 부족을 호소한 것이다.
OECD는 '인력 부족: 일자리 질, 이주, 기술의 역할' 보고서에서 한국을 인력 불균형 국가로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은 지난 수년간 노동 수요와 공급이 대체로 균형을 이루었지만, 산업별·직종별 미스매치로 인한 인력 부족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와 이민 정책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일본처럼 저임금이거나 노동집약적인 일자리에서 먼저 일자리 미스매치가 발생할 텐데, 한국은 이러한 일자리를 대부분 조선족 등 외국 인력에 의존하며 외주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한국의 이민 정책은 몇 년 일하고 내쫓는 단기 체류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 장기적으로 정착해 일할 수 있도록 포용적인 이민 정책으로 전환해야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유빈 박사는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축소는 이미 예고된 미래”라며 “청년과 중·장년층의 중소기업 일자리 연결 등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