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은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승리하고 이를 지원할지 결정해야 한다. 지난 2월 침공 전으로의 회귀인가, 아니면 크림반도를 포함한 전체 영토의 수복인가.”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이 개전 넉 달째를 맞은 가운데, 그간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서방에서도 전쟁의 장기화를 막을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타스=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26/10ca4aca-2321-4b0f-9216-82082dc0b20a.jpg)
지난해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타스=연합뉴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수뇌부의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기 사흘 전인 지난 2월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에서 국가안보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은 러시아를 제재하겠지만, 곧 지칠 것이고 러시아와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서방은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가 훨씬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의 생각과 달리 서방은 단결된 모습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 이런 점 등으로 인해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굴욕감을 느끼고 있다고 카우프만은 진단했다.
카우프만은 이 시점에서 서방이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승리가 무엇인지 규정해야 한다”며 “그것이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이전 상황을 회복한다는 의미인지, 2014년 러시아에 강제 합병된 크림반도까지 되찾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모습. 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매체 RTL에 출연해 ″푸틴이 전쟁에서 이기지 않게 하는 게 목표다. 그 이상을 추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26/bb1fb4fb-9d9b-4196-9409-b17ef9703bf5.jpg)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모습. 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매체 RTL에 출연해 ″푸틴이 전쟁에서 이기지 않게 하는 게 목표다. 그 이상을 추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1㎝라도 러시아에 내어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26/d224e2e5-a028-4b97-917d-395798c855e4.jpg)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1㎝라도 러시아에 내어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지기를 원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미국의 목표가 모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 국가가 지금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전쟁 후 유럽의 안보 질서에 대한 생각은 각각 다르다고 했다. 그는 “냉전 종식 후 러시아와 관계를 쌓아온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이 있지만, 폴란드처럼 깊은 불신을 가진 나라도 있다”고 했다.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푸틴이 전쟁에서 이기지 않게 하는 게 목표이고, 그 이상을 추구해선 안 된다. (러시아가)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건 완전히 잘못된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가 영토의 1㎝라도 러시아에 내준다면 서방 전체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정치·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EU(유럽연합) 가입을 계속해서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카우프만은 전쟁의 종식 방법이 또 다른 분쟁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민감한 논쟁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베르사유평화조약이 2차 세계대전의 원인 중 하나가 된 깊은 상처를 떠올리게 한다”며 “푸틴이 이미 굴욕감을 느끼고 있기에 서방이 망신을 줄 필요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