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공공요금 공기업 부채 326조원 돌파…7년새 70% 증가

지난해 12월23일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관리인이 세대별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23일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관리인이 세대별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5대 공공요금 관련 공기업 빚이 7년 만에 70% 가까이 불어 326조원을 돌파했다. 요금 인상을 거듭 미룬 탓이다.

1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전력(전기요금)과 한국가스공사(가스요금), 한국도로공사(고속도로 통행료), 한국철도공사(철도요금), 한국수자원공사(상수도료)의 부채는 총 326조원에 달했다. 2017년 말 약 193조원과 비교해 68.7%가량 증가한 수치다. 부채는 이자를 주고 상환해야 하는 금융부채와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비금융부채로 구분된다. 같은 기간 5개 공기업의 금융부채는 142조원에서 256조원으로 약 79.8% 커졌다.

이 가운데 한전의 부채(146조원) 비중이 가장 크다. 그다음 가스공사(43조원)·도로공사(40조원)·철도공사(17조원)·수자원공사(9조원) 순이다. 자본 대비 부채의 비율을 뜻하는 부채비율을 보면 한전 496.7%, 가스공사 432.7%, 철도공사 259.9% 순으로 나빴다.

이렇게 된 직접적 원인은 이들 공기업이 장기간 원가보다 요금이 싼 ‘밑지는 장사’를 해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장기간 공공요금을 묶어 놓은 결과다. 철도요금은 14년 가까이 동결됐다. 고속도로 요금은 10년가량, 상수도 요금은 약 9년간 요금 인상이 한 번도 없었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우 2021~2022년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 국면 가운데에서도 요금을 묶어둔 탓에 타격을 크게 받았다.

현 정부 들어 한전·가스공사를 중심으로 공공요금 현실화(인상)를 추진했다. 그 결과 한전이 지난해부터 밑지는 장사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부채 규모를 해소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또한 가스공사를 포함한 나머지 4개 공기업은 여전히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 


특히 철도공사와 수자원공사의 볼멘소리가 크다. 한전의 전기요금 현실화에 따라 원가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내 전력 소비량 1위 공기업인 철도공사의 경우 연간 전기요금 지출액이 2020년 3637억원에서 올해 6375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철도공사는 “5조원 이상 소요되는 노후 KTX 차량 교체를 위해서라도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주요 공기업이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 움직임은 더디다. 정부로썬 공공요금 동결은 소비자물가 관리, 내수 경기 진작 등에 써먹기 좋은 수단이다. 지난달 2일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기·가스·철도 등 중앙부처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원가 절감과 자구 노력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 상반기 중 동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입장도 다르지 않다. 공공요금 인상은 소비자 입장에선 증세나 마찬가지인 인기 없는 정책이다. 대선을 전후해 지지율을 관리해야 하는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배경이다. 

공공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적정 수준보다 낮은 가격을 지불하기 때문에 당장엔 이득을 본다. 그러나 이는 지속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공기업이 버티기 어려운 수준으로 빚이 불어나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이 지고 있는 부채는 결국 국가가 보증하고 갚아야 한다. 사실상 나랏빚이다. 구멍 난 공기업 재정을 요금 인상으로 막든 세금으로 막든, 결국 국민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란 점은 차이가 없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시간이 갈수록 이자 비용까지 붙으므로 폭탄을 키우면서 돌리고 있는 것”이라며 “지나치게 싼 공공요금은 과소비를 부추기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공공요금 결정 구조를 선진화해야 한다”며 “정부 개입 없이 시장 상황에 맞춰 요금이 오르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 공기업 부채만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말 328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약 741조원, 부채비율은 180.6%를 기록했다. 2023년 말 기준 일반정부 부채(D2)에 비금융공기업 부채를 더한 공공부문 부채(D3)는 1673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70% 수준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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