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59) 감독이 28일 제 75회 칸 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한국영화 최초로 감독상을 받은지 20년 만에 탄생한 두 번째 감독상이다.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그는 지금까지 4번 칸 영화제에 초청받아 3번 경쟁부문 수상에 성공했다. 한국 영화의 감독상 수상은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이후 20년만이다. AP=연합뉴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박 감독은 서른 살이던 1993년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데뷔했다.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에서 철학‧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는 첫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며 한동안 영화 평론을 하기도 했다.
서른 살 데뷔, 7년 뒤 '공동경비구역 JSA'로 대박

공동경비구역 JSA 포스터. 사진 명필름
그는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 연출로 영화계와 대중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그 해 청룡영화상 감독상과 대종상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감독상 등을 모두 휩쓸었고, 시애틀 국제영화제 신인감독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처음으로 해외 시상식에도 진출했다.
칸 4번 가서 3번 경쟁부문 상 받았다
박 감독은 2003년 개봉한 ‘올드 보이’로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처음 연을 맺었다. 심사위원대상은 영화제를 통틀어 두 번째로 뛰어나다고 꼽히는 작품에 주어지는 상으로, 그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당시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에 돌아갔다.
2009년 ‘박쥐’도 칸 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2016년 ‘아가씨’는 경쟁부문에 초청됐지만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고, 류성희 미술감독이 미술‧음향‧촬영 등 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에 주는 ‘벌칸상’을 받았다.
칸이 사랑한 박찬욱… "늘 새롭고, 방심하지 못하게 해"
한 번 칸에 얼굴을 비춘 박 감독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도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은 "한 번 칸에서 소개된 감독들에 대해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뒷받침해주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데, 칸은 '박찬욱 감독' 자체를 좋아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용 평론가는 "박찬욱은 장르를 도드라지게 위반하는 영화고, (다른 영화제에 비해) 칸은 장르적인 영화를 더 넓게 포용하는 영화제"라고 말했다.
강하지만 꼼꼼한 영화, '시네필'이 사랑하는 영화
비록 황금종려상은 아쉽게 비켜갔지만, 감독상 수상으로도 여전히 의미있다는 평이 많다. 김동호 이사장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도 한국 영화로 분류됐고, 칸에 두 작품이 경쟁부문에 올라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결과"라며 "연달아 한국영화가 수상하면서, 그만큼 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을 입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