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가난하게 하는 게 진보인가, 가짜 진보 확 찢어버리겠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오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송파구 양재대로 가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오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송파구 양재대로 가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저조차도 후보가 될 줄 몰랐습니다. 이번 선거는 다이내믹합니다. 대반전을 이뤄내겠습니다.”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새벽 첫 일정으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시장 곳곳을 누비며 이처럼 대역전 승리를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돼 조기에 치르는 대선인 데다가 ‘후보 교체’ 논란까지 겹치며 출발이 매끄럽지 않았던 만큼 판세 반전에 방점을 둔 것이다.

유세 첫날 키워드로 ‘역전·민생·안보’를 내세운 김 후보는 이날 가락시장을 시작으로 국립대전현충원, 대구 서문시장 등 총 350km의 강행군을 펼쳤다. 특히 첫날부터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를 찾아 ‘박정희 정신’과 ‘반(反)이재명 정서’를 강조하며 보수 결집을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새벽 5시 가락시장을 찾은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점퍼를 입고 등장했다. 시장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김 후보는 “장사가 좀 되느냐” “경기가 어떻느냐”고 물었고, 시장 상인들은 “경기가 최악”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제가 잘하겠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연신 대답했다. 김 후보는 상인들과 하트 모양 포즈를 잡으며 사진을 찍거나 일일이 사인을 해줬다. 한 상인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 직접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송파을이 지역구인 배현진 의원이 지원 유세에 나서자 “시장 홍보대사로 역할을 해달라”고 했고, 배 의원은 “상인회에서 임명장을 꼭 달라”고 화답했다.

김 후보는 아침 식사로 10여 명의 참모진과 순댓국을 먹었다. 김 후보는 시장 방문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어떤 통계 지표보다도 생생한 현실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 시장”이라며 “시장 대통령, 경제 대통령이 돼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새벽 서울 송파구 양재대로 가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순대국밥을 먹고 있다. 뉴스1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새벽 서울 송파구 양재대로 가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순대국밥을 먹고 있다. 뉴스1

 
김 후보는 이어 여의도 당사에서 주재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풍요롭게 하는 것이 진보이지 가난하게 하는 것이 진보인가. 가짜 진보를 확 찢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탈북민 출신 박충권 의원과 대화에서 “대한민국에서 북한을 자유통일, 풍요로운 북한으로 만들 수 있는 정당은 국민의힘 하나밖에 없느냐. (더불어)민주당도 할 수 있느냐”고 묻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 표면적으론 북한 체제를 비판한 것이지만, 실상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민주당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오후 1시30분엔 대전현충원으로 이동했다. 현충탑에 참배한 김 후보는 방명록에 ‘위대한 대한민국’이라고 썼다. 100여 명 가량 모인 지지자들은 “호국 대통령 김문수” “안보 대통령 김문수” 등을 연호했다. 김 후보는 원자력 기술 자립의 선구자인 한필순 한국원자력연구소장 묘역과 최형섭 전 과학기술처 장관 묘역을 가장 먼저 참배했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과학기술과 안보를 중시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다 아시는 분들이라 한 분 한 분 지나칠 수가 없다”며 민관식 전 의원과 시사만화가 김성환 화백의 묘에도 일일이 묵념했다.

이어 제2연평해전 및 연평도 포격전 전몰자와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할 때는 일일이 묘비를 어루만졌고, 고 한주호 준위 묘에 참배하던 중에는 눈시울을 붉히며 훌쩍였다. 김 후보는 참배 과정에서 한 모녀가 “꼭 대통령이 돼 달라. 기도하겠다”고 하자 두 손을 꼭 잡아주기도 했다.

다만 김 후보는 2023년 7월 폭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묘역은 촉박한 일정 등을 이유로 찾지 않았다. 대신 현장을 동행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 김용태 의원이 별도 참배했다. 김 의원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과 관련해 “과거 윤석열 정부에서 있었던 일을 사과드린다”고 했다.

현충원에 이어 대전시당으로 이동한 김 후보는 이상민 전 의원을 대전시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고, 대통령실 세종 이전 등 지역 맞춤형 공약도 발표했다.

김문수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1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천안함46용사묘역에 이어 고 한준호 준위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김 후보 오른쪽은 김용태 비대위원장 내정자.김성태 객원기자

김문수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1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천안함46용사묘역에 이어 고 한준호 준위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김 후보 오른쪽은 김용태 비대위원장 내정자.김성태 객원기자

 
김 후보가 오후 5시20분에 이날 마지막 공식 일정 장소인 서문시장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연신 “김문수 대통령”을 외쳤다. 기호 2번이 새겨진 빨간색 당 점퍼를 입고 차에서 내린 김 후보는 인파 속에서 서문시장 안을 한 바퀴 돌며 지지자들과 인사한 뒤 연단에 올랐다.

김 후보는 “대한민국 경제의 기적을 이룩한 것이 박정희 대통령의 대구·경북이 맞느냐”며 “경제를 살리려면 바로 박정희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이재명 정서’를 파고들며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발언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여러분이 아시는 것처럼 검사도 사칭하고, 총각이라고 사칭하고, 거짓말도 아주 도사”라며 “여러분 대통령을 거짓말 잘 하는 사람을 뽑겠습니까, 참말 잘 하는 사람 뽑겠습니까”라고 했다.

서문시장 유세에는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추경호·김상훈·이인선·권영진·최은석·우재준 등 TK 현역 의원이 참석해 힘을 실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