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8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본앤브레드 신관에서 고기를 살펴보고 있는 정상원 대표. 한우 암소를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 마장동의 한우 전문점 ‘본앤브레드(Born & Bred)’ 정상원(39) 대표의 말이다. 그는 ‘서울의 푸줏간’ 마장동에서 나고 자라, 아버지부터 2대째 한우 유통 회사를 운영하는 ‘마장동 키드’다.
정 대표는 20대 시절 아버지를 거들며 축산시장 새벽 경매부터 소뼈 발골, 경리업무까지 곁에서 배웠다. ‘한국식 바비큐를 일본 초밥처럼 세계적인 파인다이닝 문화로 이끌 수 없을까’란 고민 끝에 2015년 고급 한우 미식 공간 본앤브레드를 열며 ‘프리미엄 한우’ 열풍에 불을 붙였다. 10, 11일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과 서울 마장동 본앤브레드에서 이탈리아 피렌체의 250년 전통 정육식당 가문 ‘안티카 마첼리아 체키니’와 손잡고 한우를 재해석한 갈라 디너 ‘다리오 체키니×본앤브레드’도 연다.
최근 본앤브레드 신관에서 만난 정 대표는 “한우 세계화를 위해선 제대로 된 맛을 알리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이번 만찬 행사도 그 연장선상이다. 그가 직접 이탈리아로 찾아가 안티카 마첼리아 체키니의 8대째 부처(butcher)이자 유명 셰프 다리오 체키니(67)와 뜻을 모아 마련했다.

본앤브레드의 암소 티본 스테이크. 권혁재 기자
정 대표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통해 한우를 배웠다. 충청도 출신 아버지는 젊을 적 상경해 갖은 일을 거쳐 당시엔 없던 고급 한우만 선별해 유통하는 사업(‘한우고향’)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다른 회사보다 비싸다 보니 주위에서 망한 회사, 미쳤다는 소릴 들었다더라”고 정 대표는 돌이켰다.
마장동 창고 한우 ‘맡김차림’ 식당 공장까지 확장
그는 “한우는 소 자체의 구수한 향이 세다”고 짚으며 이런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자리잡지 못한 데는 제대로 된 품질관리 부족이 원인이라고 봤다. “어릴 적 아버지가 손님에게 아무리 좋은 고기라고 설명해도 잘 못 믿는 걸 봤어요. 직접 마장동에 방문하지 못하는 분들도 믿고 고기를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보카도, 캐비어, 육회를 올린 또띠아칩 요리. 권혁재 기자

본앤브레드에서 이번 갈라를 위해 제작한 특제 소시지를 빵에 끼운 핫도그. 권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