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방역수장의 "과학방역" 입증…코로나 격리 해제에 달렸다 [뉴스원샷]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9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9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격리 의무를 해제할지 두고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달 20일 정부는 4주 뒤에 다시 판단하겠다고 한 차례 결정을 유보한 바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내주 17일에는 격리 해제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당국은 격리 의무를 풀지 말지 결정을 미루면서 그 근거로 신규 환자 감소세가 둔화된 점과 신규 변이가 발견된 점 등을 들었다. 격리 의무를 해제하면 재유행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당국은 당시 “격리의무를 유지한다는 전제하에서도 면역감소 효과에 따라 이르면 올 여름부터 재유행이 시작해 9∼10월께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며 “격리의무를 해제한 경우에는 현재의 감소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6∼7월 반등할 수도 있을 것”(김헌주 중앙방역대책본부 제1부본부장)고 밝혔다. 

4주새 신규 환자는 일평균 2만명 중순대에서 1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평균 사망자도 40명 정도서 20명 안쪽 내려갔다. 하지만 재유행 우려는 여전하고, 오미크론보다 전파가 빠른 신규 변이는 계속 확인된다. 

백경란 신임 질병관리청장도 9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고 신종 변이 발생이나 면역 감소로 가을 재유행 우려도 존재한다”며“ 원숭이두창 등도 문제되고 있어 안전을 위협하는 당면 과제가 더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격리의무를 해제하면 유행이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그런 과정에서 고위험군이 잘 치료받아야 피해를 줄인다”고도 했다. 

정부가 격리 의무 해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 회의가 11일까지 두 차례 열렸는데 여기에서도 전반적으로는 신중한 분위기라 한다. 


방대본 관계자는 “격리 의무 해제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던 일이고, 언제 시점에 어떤 조건으로 할지 고민할 때는 됐지만 해제를 ‘강력하게 하자’보다도 다수의 의견은 ‘아직 이른 것 아니냐’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언제까지 격리를 하느냐, 인플루엔자(독감)도 1년에 2000명씩 사망하는데 격리가 의무가 아니다’라면서 최근(4월) 한달간 치명률(0.1%)도 인플루엔자와 비슷하게 내려왔다는 의견도 있다”면서도 “아직 인플루엔자보다 확진자가 훨씬 많고 그래서 사망자도 많으며 계절성이 있는 인플루엔자와 달리 코로나19는 연중 발생하는 거라 피해가 훨씬 크다는 반론이 있다”고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9일 대전 월드컵경기장 앞 선별진료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9일 대전 월드컵경기장 앞 선별진료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기자

 
격리 의무가 사라지면 치료비 등 지원도 중단 수순을 밟아야 하는데 사실 방역당국으로선 이 부분도 꽤나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궁극적으로는 외래부터 시작해 입원 등까지 전액 지원은 중단하고 건강보험과 환자가 나눠 부담해 가는 쪽으로 가겠지만 당장은 반발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방대본 관계자는 “전문가들도 치료비는 지원해주는 게 필요하단 의견이고 격리 유무와 상관없이 별도로 결정할 수는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국고가 들어가는 부분이라 부처 협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격리 강제성이 사라지면 정부의 책임성도 약해져 예산권을 쥔 부처와의 협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내주 결정도 일단 격리 의무 유지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이전 정부부터 할 것처럼 예고해온 터라 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의 전염력이 달라진 것 없고 확진자와 사망자가 여전히 많은데 격리 의무를 안한다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은 것”이라며 “원숭이두창도 격리를 의무로 한다는데 전염력이 더 세고 확진자도 많다. 법률적으로도 2급은 격리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 됐고, 대통령과 질병청장이 과학을 강조했는데 지난 정부에서 얘기할 것을 뜸들이면서 명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납득 안된다”고 했다. 그는 “어려운 결정이 아닐텐데 지난 정부 유산을 가지고 아직도 검토 중이라 한다”며 “여론에 따라 격리 필요없다고 하면 법률은 왜 필요하느냐”고 지적했다. 

“사회적 합의를 어디까지 할 것이냐는 어려운 부분인데 질병청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정책을 펴는 기관이다. 사회적 합의보다 그 부분을 결정하는데 과학적 결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든다면 질병청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내야 한다.” 
이번 첫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을 의식하면 방역정책이 정치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에 백 청장이 내놓은 답변이다. 내주 발표될 격리해제 여부는 원하든 원치않든 백경란호 과학방역을 가늠해볼 첫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