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과 화해의 대가가 7500억…호주 발칵 뒤집힌 '핵잠 위약금'

호주가 프랑스와 잠수함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대가로 8억3000만 호주달러(약 7500억원) 위약금을 내기로 합의하면서 양국이 해빙기에 들어섰다. 하지만 호주에선 "위약금이 너무 비싸다"는 논란이 일었다. 

호주, 프랑스에 '잠수함 위약금 7500억원' 물고 관계 회복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AFP=연합뉴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AFP=연합뉴스

 
AFP 통신·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11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 그룹과 공정하고 공평한 합의에 도달했다"면서 "이전 정부가 폐기한 잠수함 계약에 대한 위약금으로 8억3000만 호주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스콧 모리슨 당시 호주 총리는 프랑스 정부가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나발 그룹과 2016년에 맺었던 900억 호주달러(약 81조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12척 건조 계약을 파기했다. 호주는 이 기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를 출범시키며, 미국·영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커스 결성에 대해 모르고 있던 프랑스 정부는 81조원 규모 잠수함 계약이 어그러지자 크게 반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당시 모리슨 총리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고, 장이브 르드리앙 당시 프랑스 외무장관은 미국과 호주 주재 대사를 소환했다. 프랑스가 핵심 동맹국이자 우방인 미국과 호주 대사를 소환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9개월 동안 냉랭했던 양국의 관계는 앨버니지 총리가 지난달 23일 새로 취임하면서 해빙기를 맞았다. 앨버니지 총리는 취임 3일 만에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했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인 프랑스와 관계를 재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잠수함 계약 파기 위약금 액수 산정을 빠르게 마무리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제 프랑스와의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과 친절한 대화를 나눴고 조만간 파리에 가서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호주 야당 "받은 건 하나도 없는데, 위약금 너무 비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맬컴 턴불 당시 호주 총리가 지난 2018년 5월 시드니에서 호주 왕립해군이 운용하는 콜린스급 잠수함 갑판에 서 있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맬컴 턴불 당시 호주 총리가 지난 2018년 5월 시드니에서 호주 왕립해군이 운용하는 콜린스급 잠수함 갑판에 서 있다. AFP=연합뉴스

 
호주 내에선 '위약금이 너무 비싸다'는 논란에 휩싸였다고 호주 ABC방송이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잠수함 기본 설계가 완성됐을 때 계약이 파기된다면 약 9000만 유로(약 1213억원)를 보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보다 6배나 많은 위약금이 매겨졌다. 호주 전 국방부 관리였던 앤드류 데이비스는 "나발 그룹 기술자들이 우리 일을 하는 동안 다른 곳에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 기회비용 등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직 해군 출신인 렉스 패트릭 상원의원은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은 나발 그룹에 너무 과한 보상을 했다"고 지적했다. 앤드류 헤이스티 하원의원도 "모리슨 정부 때는 8억3000만 호주달러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합의하고 있었다"며 "국민에게 위약금 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차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은 호주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전 정부가 이보다 낮은 금액에 합의하고 있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호주에겐 정말 좋은 합의를 끌어냈다"며 "이번 합의로 프랑스와 어려운 관계를 끝내고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게 된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인도양·태평양 지역에 6개의 해외령을 두고 있으며, 약 8000여명의 군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한편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은 언제 완성될지 알 수 없다고 외신은 전했다. AFP통신은 "호주의 기존 함대가 노후화되고 있는 가운데, 핵추진 잠수함이 언제 올지 몰라 잠수함 성능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호주 제1야당의 피터 더튼 자유당 대표는 핵추진 잠수함이 건조되기 전에 미국에서 핵잠수함을 구매할 것이라고 했지만, 앨버니지 총리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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