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400명 넘게 감염…공기 중 전파 가능성도 제기

원숭이두창 양성이 표시된 테스트기. 로이터=연합뉴스.
확진 사례가 늘어나면서 감염 경로를 두고도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원숭이두창의 일반적인 감염 경로는 확진자와의 밀접 접촉이다. 확진자의 혈액, 체액(침, 소변 등)이 피부 상처나 점막을 통해 직접 접촉하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호흡기 전파도 가능하지만, 미세 에어로졸을 통한 공기 전파는 흔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원숭이두창의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을 보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여행자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가 바로 철회하는 등의 혼란스러운 대응을 한 점을 언급하며, 원숭이두창 역시 코로나19처럼 공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2017년 나이지리아 교도소 내 확산 사례에서 당시 확진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은 의료진 2명이 감염된 사실도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 CDC는 성병으로 진단된 환자 일부가 원숭이두창에 걸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로셸 월렌스키 CDC 센터장은 "원숭이두창은 일부 성병과 비슷해 보여 다른 질병으로 착각할 수 있다"며 "의료진은 환자가 다른 질병이나 성병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원숭이두창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숭이두창의 주요 증상인 발진이 매독, 헤르페스 등의 증상과 유사하다며 관련 증상이 있는 환자는 원숭이두창은 물론 모든 성병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미·영, '포위 접종' 시작…국내선 3세대 백신 도입 협의 중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뉴스1.
심상치 않은 확산세에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서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이나 바이러스에 노출된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하는 '포위 접종(ring vaccination)' 방식이다. 전 국민 예방 접종 대신,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부터 접종을 시작해 대상을 확대해 나가면서 보호 고리(ring)의 범위를 넓히며 질병 확산을 억제하는 전략이다. 이 방식은 과거 아프리카 지역에서 에볼라나 두창이 발생했을 때 질병 확산을 억제하는데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아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국내에서는 원숭이두창 3세대 백신 도입을 준비 중이다. 질병관리청은 덴마크 바바리안노르딕이 개발한 3세대 두창 백신 '진네오스' 도입에 대해 향후 물량과 도입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는 국가 보건위기나 재난 상황에 대비해 사람 두창(천연두) 백신 3502만 명분이 비축돼있다. 하지만 부작용 우려가 있고, 기존 주사바늘과 다른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주사 바늘을 사용해야하는 등 접종 방식이 까다롭다. 진네오스는 기존 제품의 부작용 위험을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청은 "감염 노출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 등 제한적인 대상에 대한 예방접종 시행과 관련해 국외 동향,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현재 제약사 등과 협의 중인 사항으로 추후 확정시 가능한 범위에서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방역 당국은 지난 8일부터 원숭이두창을 코로나19와 같은 2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했다. 2급 감염병은 의료기관 등이 확진자를 24시간 내 신고해야 하며 확진자도 격리 의무가 생긴다. 원숭이두창의 경우 확진자가 발생하면 격리 병상에서 치료가 이뤄질 예정이다. 확진자의 접촉자에 대한 격리 필요성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