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지는 물가상승 압력은, 오는 14~15일(현지시간) FOMC에서 Fed가 당초 기정사실로 여겨진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서 ‘자이언트 스텝’으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이 생겨나는 근거다. Fed가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것은 1994년이 마지막이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투자은행 제프리스 앤드 컴퍼니가 지난 10일 내놓은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4~15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을 하면서다. 당초 예상된 '빅스텝(0.5% 포인트 인상)'보다 더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선 긋기로 무대 뒤로 밀려나는 듯했던 '자이언트 스텝'이 다시 등장할 기세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며 Fed가 긴축의 가속 페달을 더욱 세게 밟을 수 있어서다. Fed가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것은 1994년이 마지막이다.
조너선 밀러 바클레이스 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보고서에서 “Fed가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시장을 놀라게 할 적절한 이유가 생겼다”며 “15일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 따르면 이날 연방 기금(FF) 금리선물시장이 예상한 6월 Fed의 ‘자이언트 스텝’ 전망은 23.19%로 하루 전(3.57%)보다 20%포인트가량뛰었다.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 건 지난 10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5월 CPI 상승률이다. 1년 전보다 8.6% 뛰며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등 시장의 전망치(8.3%)를 크게 웃돌며 물가 '피크 아웃(정점 통과)'에 대한 기대도 쑥 들어갔다. 에너지 가격(34.6%)과 식품 가격(10.1%) 등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물가 오름세는 쉽게 잡히지 않을 듯하다. 에너지 가격과 식품 가격이 내려올 기미가 없다. 당장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날 미국의 일반 휘발유 평균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갤런(3.785L) 당 5달러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주(갤런당 6.43달러) 등 일부 지역에선 갤런 당 6달러 선도 돌파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형 제과업체인 몬델리즈도 이달 초 “향후 1년간 훨씬 더 많은 가격 인상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맥도날드는 지난 9일(현지시간) 투자 콘퍼런스에서 “소비자들에게 너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의 가격 인상을 연구 중”이라고 발표했다.
사료값 상승에 따른 육류 가격 오름세도 예상된다. 스팸 제조사로 알려진 호멜푸드는 지난달 초 가축 사료용 옥수수와 콩 가격을 각각 125%와 40%씩 인상했다. 앞서 미국 최대 육류가공업체 타이슨 푸드는 지난 4월 초까지 3개월간 소고기 값을 평균 24% 올렸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앞서 OECD는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0%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전망치보다 1.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의 속도를 높이면 경기 침체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경기침체의 신호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도 나타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미 2년물 국채의 금리는 지난 10일 장중 3.06%를 기록하며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3%를 넘어섰다. 반면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같은 날 3.17%에 그치면서, 장단기 금리 차는 0.11%포인트로 축소됐다.
데이비드 페트로시넬리 인스피어X 선임트레이더는 “인플레이션이 경제를 갉아먹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Fed의 금리 인상 횟수가 늘어나면서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장단기 금리차에 반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