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의 관심 삼성-LG '적과의 동침' 깨지나…올레드 협상 중단

 
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삼성-LG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동맹’이 ‘없었던 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6개월 넘게 이어온 두 회사의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선 삼성이 LG디스플레이의 OLED를 공급받는 대신 퀀텀닷(QD)-OLED 투자 확대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의 ‘마이웨이 선언’인 셈이다. 

삼성 ‘장고’ 속 양측 협상 중단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공급 협상은 최근 잠정 중단됐다. 두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OLED 패널을 삼성전자가 공급받아 TV를 출시하는 협상을 벌여왔다. 이 협상은 ‘적과의 동침’ ‘삼성의 OLED TV 시장 진출’ 등으로 업계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삼성전자 QD OLED TV [삼성아메리카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 QD OLED TV [삼성아메리카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협상은 난항이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만 해도 두 회사가 패널 공급에 합의하고 가격 조정 정도만 남았었다”며 “하지만 삼성 측이 장고에 들어가며 현재는 사실상 협상 테이블이 거둬진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LG 올레드 동맹’ 기대감 높았지만  

두 회사의 동맹은 ‘윈-윈’이라는 평가 속에 초반엔 성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급성장 중인 OLED TV 시장에 진출하며 프리미엄 TV 라인업을 확대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세계 1위 TV 제조사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LG그룹으로선 OLED 진영을 확장할 수도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역시 연초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말로 시장의 기대를 높였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사진 각 사 제공]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사진 각 사 제공]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론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LCD 계열인) 네오 QLED를 주력 프리미엄 라인으로 내세우고 있고, (OLED 계열인) QD-OLED TV도 출시한 마당에 굳이 W-OLED TV를 라인업에 포함할 이유가 있는가에 대한 회의적이 시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QD-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체 개발한 디스플레이 패널로, 삼성전자는 이를 받아 지난 4월 QD-OLED TV를 해외에서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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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QD-OLED로 선회할 가능성  

삼성전자가 W-OLED TV 시장 진출 대신 QD-OLED 투자 확대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LCD 시장 완전 철수를 선언한 삼성디스플레이는 LCD를 생산하던 충남 아산캠퍼스 8세대 생산라인을 QD-OLED로 전환할지 검토 중이다. 관련 업계에선 이럴 경우 현재 월 3만 장(30K) 수준인 QD-OLED 케파(생산능력)를 9만 장(90K)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50% 수준이던 QD-OLED 수율(정상품 비율)이 최근 80%까지 올라오면서 가격 경쟁력도 향상됐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최근 “내년 삼성 QD-OLED 패널 생산에 드는 비용이 올해보다 최대 3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현재 수율을 유지하더라도 삼성의 QD-OLED 패널 생산능력은 현재 144만 장에서 430만 장으로 늘릴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삼성과 LG의 협상이 성사되는 것을 전제로, 삼성전자가 올해 LG디스플레이 패널 100만~150만 대, 내년 400만 대를 공급받을 것으로 예측했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 [사진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 [사진 삼성디스플레이]

 
QD-OLED 투자 확대만 결정된다면, 삼성 입장에선 굳이 LG의 패널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QD-OLED에 13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집행된 투자액은 3조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경영진 최종 결정 놓고 고심 중  

다만 협상이 재개될 여지는 얼마든지 남아 있다. OLED TV 시장이 급성장 중이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OLED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800만 대로 전망된다. 올 1분기 OLED TV 출하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5%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LCD TV 출하량은 5% 감소했다. 삼성 입장에선 놓치기 아까운 시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유동적이지만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QD-OLED 투자 확대를 결정할 경우 LG와 OLED 동맹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 경영진이 최종 결정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