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전기요금 결정을 앞두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한국전력 적자를 고려하면,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높아진 물가가 부담이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 적자를 키웠다며 인상을 더 늦춰서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전 “요금 인상은 필수, 인상 폭 늘려야”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전기계량기 모습. 뉴스1
한전은 이와 별개로 현 제도를 바꿔 요금 인상 폭을 더 늘릴 수 있게 요청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적자를 모두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분기(3원/㎾h)와 연간 연료비 조정단가(5원/㎾h) 상·하한을 확대해 달라고 했다. 올해 ㎾h당 9.8원 올리기로 한 기준연료비도 최근 연료비 상승분까지 반영해 더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또 한전은 요금 인상을 미룰 경우 이를 미수금으로 계상해 추후 정산하고, 연료비뿐 아니라 적정원가와 적정투자보수를 반영한 총괄원가 방식으로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및 제도 개선 요청에 산업부 관계자는 “결국 적자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분기 상한선 이상의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산업부도 한전과 같은 입장에서 기재부 등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전의 요금 인상안을 검토한 뒤 오는 21일 3분기 전기요금을 최종 결정한다.
“한전 적자 30조 달할 것”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3분기는 피해야” vs “더 미루면 안 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전집에 밀가루와 식용유 등 식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업계와 산업부는 인상 시점이 늦어질수록 부담은 더 커진다고 우려한다. 특히 요금 인상 폭이 현재 1년에 5원/㎾h, 분기당 3원/㎾h으로 정해져 있어 3분기에 인상하지 않으면 4분기에 1년 최대 인상 폭까지 올릴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산업부 관계자는 “어차피 인상해야 한다면 시점이 늦어질수록 한전 적자 개선 효과가 떨어진다”며 “분기 최대 폭을 올려도 4인 가구 한 달에 1000원 남짓 요금이 오르는데 물가 부담을 우려할 정도 금액은 아니다”고 했다.
인상 미루면 재정 지원 필요할 수도
실제 정부는 국제 유가가 급등했던 지난 2008년 상반기 연료비 상승분의 40% 수준인 6680억원을 재정으로 지원해 한전 재무부담을 줄여준 적이 있다. 다만 과거처럼 재정지원을 해주기에 한전의 적자 폭이 너무 크다는 점은 문제다. 또 한전의 적자를 정부가 보전하면 산업계에 우회적으로 보조금을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다.
“탈원전 정책이 적자 키워”
특히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이용률이 낮아진 점도 한전 재무 부담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원전 이용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LNG(천연액화가스) 가동이 늘었고, 이 때문에 적자가 더 커졌다는 주장이다. 16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 강행으로 전기요금이 40% 인상될 수 있다는 산업부 보고서를 묵살했다고 한다”면서 “탈원전은 문 전 대통령이 하고 뒷수습은 새 정부가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