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리자 원전 마지막 전력선 끊겼다…커지는 핵재앙 우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인근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교전이 이어지며 핵 재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자포리자 원전의 마지막 남은 주 전력선에도 문제가 생기며, 현재 보조 전력선을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27일(현지시간) 드네프르강 건너편에서 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4월 27일(현지시간) 드네프르강 건너편에서 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모습. AFP=연합뉴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IAEA는 현지에 파견된 전문가들의 보고를 바탕으로 “자포리자 원전에 연결된 마지막 주요 외부 전력선이 끊겼다”며 “인근의 화력발전소와 연결된 보조 전력선으로 다시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고 밝혔다. IAEA는 “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지난 8월 25일에도 포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IAEA는 주 전력선 복구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6기의 원전으로 구성된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4개의 주 전력선을 갖추고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이 중 3개가 파손됐다. 이 때문에 현재 작동 중인 원전은 1기다. 원자로의 노심용융(멜트다운‧melt down)을 막고, 다른 필수적인 안전장치 작동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자포리자 원전은 개전 초기였던 지난 3월 러시아군에 의해 점령됐지만, 우크라이나 직원들이 가동하고 있다.

문제는 연이은 안전사고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한 차례 전력선이 단절된 것에 대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전력선이 훼손돼 자포리자 원전이 사상 처음으로 멈춰섰다”고 발표했다. 반면 러시아 측은 지난달 29일 자포리자 원전 연료 저장고에 폭발로 인한 구멍이 생기자 우크라이나의 공격 탓이라고 비난했다. IAEA 사찰단이 현장에 도착 전이었다는 점에서 양측의 주장은 검증되지 않았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둘러본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둘러본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IAEA는 자포리자 원전에 상주 인력을 둠으로써 양측의 주장을 검증하고, 핵 재앙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지난 1일 13명의 전문가를 이끌고 자포리자 원전을 방문해 안전 점검을 벌였다. 현재 사찰단 인원 6명이 현장에 남아 있으며, 2명은 자포리자 원전에 상주한다. IAEA는 오는 6일 사찰단의 안전 점검 결과를 유엔에 보고할 예정이다.  


그러나 양측의 교전은 더 격렬해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IAEA 사찰단이 원전에 와 있는데도 우크라이나군은 원전을 장악하려 했다”며 “우크라이나 해군 병력 약 250명이 2일 오후 11시쯤 자포리자 원전 인근 호수를 건너 접근하려던 것을 저지했다. 무장헬기와 전투기를 출격시켜 20여 척의 적 함정 등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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