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7월 체결한 우크라이나와의 곡물 수출 재개 합의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며, 이를 다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스푸트니크·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7차 동방경제포럼' 본회의 연설에서 "흑해를 통해 수출되는 우크라이나 곡물의 대부분이 도움이 절실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아니라 유럽연합(EU) 국가로 보내지고 있다. 러시아와 개발도상국들이 속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월 우크라이나와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재개를 합의한 목적은 신흥국 식량난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부유한 서방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곡물을 싣고 출항한 선박 87척 가운데 단 2척만이 정말 도움이 필요한 나라들로 갔다. 이들 국가가 받은 곡물은 전체 수출 곡물량인 200만t 가운데 3%에 해당하는 6만t에 불과하다"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곡물을 운송받을 수 있는 나라를 제한하도록 협정을 수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흑해가 봉쇄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농산물 수출길이 막혔다. 또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러시아 또한 곡물과 비료 수출에 차질을 빚었다. 세계 3∼4위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 수출이 급감하면서 세계 식량 시장에 위기가 닥쳤고, 이에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한 식량 수출 재개에 합의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에 필수적인 흑해 항로의 안전을 보장하고, 동시에 러시아와 관련해선 미국과 EU의 제재를 러시아 농산물과 비료 수출을 위한 금융, 보험, 운송 등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합의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1일 옥수수 2만6000t을 실은 선박을 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오데사항에서 출항시키면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재개했다.
그러나 러시아 농산물·비료 수출 제한 해제를 위한 작업은 복잡한 대러시아 제재 구조 탓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러시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앞서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도 6일(현지시간)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러시아 곡물 수출 재개 합의가 11월 시한 이후 연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타스·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참석 후 기자들에게 "합의는 4개월간 지속돼 11월에 끝난다"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합의가 연장되겠지만 (러시아를 위한) 결과가 없음을 고려할 때 모든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7월 체결된 합의의 틀 내에서 러시아는 아직 농산물과 비료를 실은 선박을 1척도 운항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합의 중 러시아 관련 부분이 이행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 아직은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