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90대 할머니과 화투를 활용한 그림 맞추기 놀이를 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한 생명이 이 땅을 떠나는 순간이 이렇게나 외로울 수가 있을까.’ 처음으로 맞이한 코로나19 확진자의 마지막을 같이하면서 든 생각이었다.”
부산 대동병원의 김민주 간호사는 대한간호협회에 보낸 코로나19 수기에 자신이 돌보던 80대 코로나19 확진자가 음압격리실에서 홀로 눈 감던 날을 떠올리며 이렇게 썼다. 환자는 아들, 며느리, 손자 등 가족 전원이 자가격리 대상이 된 상태서 병마와 싸웠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김 간호사는 임종 순간 가족들과 손 한번 잡지 못했던 할머니의 외로운 마지막을 함께 하며 눈물을 쏟았다.
“주치의가 전화로 사망 선고를 하고 감염관리실 수간호사와 같이 기관 삽관 튜브를 제거하고 얼굴을 닦아주는데, 그 외로운 마음이 느껴져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40대 후반 나름 산전수전 겪은 두 간호사가 같이 울면서 수없이 되뇌었다. 수고 많으셨다고, 이제는 편히 쉬시라고”
그는 “우리가 간호사이기에, 이 땅을 떠나는 분들의 마지막 순간에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수고했다고 토닥여 주는 마지막 사람이 되길, 자그마한 소리로 부탁해 본다”라고 글을 맺었다.
대한간호협회는 7일 ‘코로나 영웅, 대한민국을 간호하다’ 두번째 수기집을 냈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일선에서 환자들을 지켜온 간호사들의 현장 이야기를 담았다. 수기 25편과 사진 43점이 담겼다.
책 표지에는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된 93세 중증 치매 할머니와 방호복을 입은 채 화투 놀이를 한 삼육서울병원 이수련 간호사의 모습이 그려졌다. 지난해 언론에 알려져 화제가 됐던 사진을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당시 요양원에서 지내다 격리병실로 이송된 할머니는 “내가 왜 여기 있느냐”고 반복해 물었고, 의료진이 코로나 때문이라고 알렸지만 잘 이해하지 못했다. 생소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적적하게 보낼 할머니가 걱정돼 병동 간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화투를 이용한 꽃 그림 맞추기와 그림 도안 색칠하기 등을 고안해냈다. 이수련 간호사는 “격리 병상에서 환자가 말을 나눌 사람은 간호사밖에 없지 않느냐”며 “낮에 졸면 밤에 못 주무실까 염려돼 할머니를 깨우고 달래 기운을 차리게 하는 방법이 없을지 궁리했다”라고 말했다. 환자들의 마음까지 돌보려 한 간호사들의 노력 덕분에 할머니는 보름만에 건강하게 병원 문을 나섰다.

'코로나 영웅, 대한민국을 간호하다' 표지 이미지
남해군보건소 김향숙 간호사는 코로나19 전담병동 간호사로 일하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수기를 대신했다. 김 간호사는 종일 방호복과 N95 마스크, 투명 가면을 쓰고 일하는 일상을 전하며 “일회용 고무장갑을 낀 손가락 사이사이마다 물집이 생기고 손톱 밑까지 습진이 생겼단다. 가려워서 긁으니 피부가 벗겨지고 짜증을 자주 내고 밤에는 잠마저 설치게 되었단다”라고 적었다. 그는 오래 격무에 시달리며 건강이 망가졌지만 현장을 떠날 수 없는 마음을 표현했다. 김 간호사는 코로나19와 분투하고 있는 딸을 향해 “코로나19로 하루하루 힘든 날의 연속이겠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면 나이팅게일의 선서를 하던 네 모습을 기억하거라”라며 “하늘이 선물한 우리의 손에 든 촛불의 고결한 사랑을 잊지 말자”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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