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조사한 검사 기소 못한다…앞으론 '지정 검사'만 기소

대검이 8일 검사의 공소제기 권한을 제한하는 대검 예규를 제정해 1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월 2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의 모습. 뉴스1

대검이 8일 검사의 공소제기 권한을 제한하는 대검 예규를 제정해 1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월 22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의 모습. 뉴스1

앞으로 피의자를 직접 신문하거나 영장을 청구한 검사는 공소제기를 할 수 없다.

 
대검찰청은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검사 수사개시 범죄의 공소제기 등에 관한 지침’(대검 예규)을 제정해 1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한 개정 검찰청법이 10일부터 시행되는 데 따른 후속 조처다.

 
제정 예규 3조(공소제기의 제한)는 ▶피혐의자 출석 조사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긴급체포 ▶체포·구속영장 청구 ▶사람의 신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대한 압수·수색 또는 검증영장 청구 등 5가지 유형의 핵심적 수사 행위를 하는 검사에 대해 공소제기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다만, 부검을 위한 검증영장 청구 행위는 제외했다.

 
또, 각급 검찰청의 장(長)은 각 청의 운영상황, 인력 사정 등을 고려해 검사가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제기 검사를 별도로 지정하도록 했다. 대검은 “수사는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진행되는 일련의 행위이므로 수사·기소는 수단·목적 관계에 있어 형사사법절차 실무상 분리하기 어렵다”면서도 “개정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공소제기가 제한되는 검사의 범위를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정 예규에 따르면, 검사 1인이 직접 수사를 개시해 수사 뒤 기소 여부까지 판단하는 건 10일부터 원천 봉쇄된다. 2인 이상이 수사팀을 꾸려 수사하는 경우 최초 혐의를 인지하거나 고소·고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한 검사라도 피의자를 조사하거나 압수·수색·체포·구속·검증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면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수사 착수 이후에 수사팀에 합류하게 된 검사가 피의자를 조사하거나 압수·수색·체포·구속·검증영장을 청구하면 수사개시 검사로 분류돼 기소권이 제한된다.


검찰 관계자는 “각 검찰청 사정에 따라 개별 검사를 지도·감독하는 차장·부장·부부장검사가 기소만 담당하거나 각 검찰청 인권보호관이 기록을 검토해 대신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수부 등 “수사·기소는 동전의 양면…말도 안 된다” 반발도

수사개시 검사의 공소제기 제한을 규정한 검찰청법 개정 이후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개시’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예규는 그런 ‘수사개시’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지만, 당장 검찰 안에선 ‘수사개시’를 넘어 모든 수사검사에 대한 기소권을 사실상 박탈한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특히 일선 특수부 검사들의 경우 “수사와 기소는 동전의 양면처럼 따로 뗄 수 없는 것인데 말도 안 된다”며 예규 제정에 반발했다고 한다.

한 검찰 간부는 “법률이 정한 것보다 공소제기 제한 범위를 넓힌 것이라 실무상 혼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 고위 관계자는 “일선의 반대 의견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국회 입법 취지를 최대한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