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즈(卡脖子)
중국 기술력과 관련해 가장 핫한 이슈다. ‘목을 조른다’라는 의미로 자체 핵심 기술 부족으로 외부 의존이 심한 기술을 가리킨다. 이는 미국의 기술 제재에 따른 고통 강도가 그만큼 컸다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반도체 칩, 바이오 의약 등 기술 분야에서 차보즈 기술은 중국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다.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전쟁으로 확대되면서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에 중국 정부가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21년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향후 5년간 연평균 7% 이상씩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반도체, 바이오 헬스케어, 인공지능(AI), 양자정보 등 7개 과학기술과 로봇, 신에너지차 등 미래차, 바이오 및 의료장비, 고속철 및 대형 LNG 선박, 희토류 등 8대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중국 자본시장에서도 관련주를 주시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코로나19와 국제 정세 등 외부 환경 여파로 증시 장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상황 속에서도 바이오 의약을 필두로 한 기술 관련주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첨단기술기업 자금조달 창구로 불리는 중국 커촹반(科创板, 과학창업반)에는 최근 배양기 제조업체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차이나랩]](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9/19/d3b2adae-bd2c-4698-b430-b4f541307afe.jpg)
[사진 차이나랩]
바이오 의약품 업스트림 산업 ‘주목’
이 중에서 올들어 중국 커촹반에서 뜨고 있는 게 바로 업스트림, 즉 ‘배양기 관련주’다. 올해 9월 2일 커촹반에 상장한 ‘중국 최초 배양기주’ 상하이 OPM 바이오사이언스(奧浦邁) 주가는 58.65% 상승, 시가총액(시총) 104억 위안(2조 547억 28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 한 해 순이익이 6000만 위안(118억 5720만 원)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상하이 OPM 바이오사이언스가 중국 증시 시장에서 과대 평가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배양기 산업에서 증시 입성을 꿈꾸는 또 다른 기업 ‘사우전드옥스바이올로직스(Thousand Oaks Biologics ·澳斯康)’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는 평가다.
올해 6월 공개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사우전드옥스바이올로직스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30억 위안(5928억 6000만 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기업의 지난해 순이익은 7186만 위안(141억 9738만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4일 현재, 사우전드옥스바이올로직스의 기업가치는 120억 위안(2조 3680억 8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사진 IPO参考]](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9/19/8425faae-4a5d-4cc7-83c6-c24a7f06d7ce.jpg)
[사진 IPO参考]
中 자본 시장으로부터 ‘러브콜 세례’ 받고 있는 ‘배양기’ 업체
바이오의약품 개발에서 가장 기본적인 ‘세포 배양’에 핵심으로 작용하므로, 배양기 없이는 바이오산업 발전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질 좋은 배양기를 개발하는 것 자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제조 방식이 복잡하다. 배양기는 일반적으로 70~100여 종의 화학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각 성분의 함량도 천차만별이다. 가장 낮은 성분의 농도는 리터당 수십 나노그램까지 내려가지만, 고농도 성분의 경우, 리터당 수십그램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 격차가 최대 10만 배에 달할 수 있다는 소리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수준의 배양기를 만들기 위해 어떤 원료가 필요한지 안다고 해도 정확한 비율을 공식화하기는 어렵다.
둘째, 산업화 발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배양기는 수많은 성분을 함유한 장치인데다 각 내용물 역시 상이하다. 배양기 제조 과정에서 생산 단계 및 공정 규모 확대와 같은 수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오랫동안 중국 바이오 의약품 산업은 배양기 시장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었다. 사우전드옥스바이올로직스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2021년 중국 배양기 시장의 국산화 비율은 33.7% 정도에 그쳤다.
중국 증권업계는 ‘이 같은 기술 격차가 오히려 기회를 의미한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바이오 제약 산업에 점차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속속 등장하며 파이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배양기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상하이 OPM 바이오사이언스와 사우전드옥스바이올로직스다.
![[사진 江苏省政府投资基金]](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9/19/98c94428-6059-4912-9c28-1f98777cde58.jpg)
[사진 江苏省政府投资基金]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업체의 ‘선점우위 효과 부족’ ‘상품 단일화’ 등을 단점으로 꼽았다.
中 배양기 업체, “실속 부족”…실적 상승 대안 마련해야 할 것
2021년 6월 중국 의약품평가센터(CDE)에서 발표한 지침 내용에 따르면 배양기의 주요 구성 요소를 변경하려면 변경 사유와 업데이트된 자료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제약 회사가 모든 작업 프로세스를 다시 수행해야 하며, 이에 따라 막대한 비용이 추가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각 바이오 업체는 한 번 선정한 배양기 업체를 쉽사리 바꾸지 못한다.
글로벌 업체와 비교하면 제품이 단일화된 점도 우려해야 할 부분이다. 바이오 의약품 업스트림 산업은 여러 제품을 아우르고 있는데 모두 연구 개발 난이도가 높고 진입 장벽 역시 높다는 특징을 지녔다.
이에 글로벌 업체의 경우 기업 네이밍 파워를 활용해 파급력을 높이고 있다. 일례로 다국적 기업 써모피셔사이언티픽(Thermo Fisher)은 배양액을 비롯한 다양한 핵심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원스톱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여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사우전드옥스바이올로직스와 상하이 OPM 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 2년간 시장 파이를 확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로 코로나19 덕분이다. 이들 업체의 핵심 수입원 역시 코로나19 백신 제조업체다. 상하이 OPM 바이오사이언스의 주요 고객사는 시노팜으로 2021년 회사 전체 매출의 14.27%를 차지했다.
![[사진 상하이 OPM 바이오사이언스 공식홈페이지]](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9/19/e1f2920d-cc38-4462-ad05-170824128efa.jpg)
[사진 상하이 OPM 바이오사이언스 공식홈페이지]
이에 관련 업계는 중국의 바이오 의약품 업스트림 업체가 배양기 제조 외에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펼쳐 실적 상승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한국 에스티팜의 경우, 올리고 API CDMO 매출이 2020년 452억 원에서 2021년 865억 원으로 91.3% 증가했다. 이 덕분에 같은 기간 에스티팜의 매출은 165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5%가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56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