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 닛산, 파나소닉,NTT…무더기 '체질 바꾸기' 나선 日 기업

일본 기업들이 앞다퉈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실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차원이기도 하지만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일찌감치 선제 조정에 나선 곳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약 2만명에 달하는 인력 조정을 예고한 닛산. EPA=연합뉴스

약 2만명에 달하는 인력 조정을 예고한 닛산. EPA=연합뉴스

13일 일본 대표 자동차 회사 중 한 곳인 닛산은 2만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9000명에 달하는 인력 조정안에 새롭게 1만명을 추가했다. 총 17개에 달하는 공장 역시 오는 2027년까지 10개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닛산이 약 13만명에 달하는 전체 임직원의 15%에 달하는 2만명을 정리하고 나선 데엔 실적 악화가 있다. 

최근 혼다와의 야심찬 경영 통합 계획이 무산된 데 이어 전기차 시장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지난해 6708억엔(약 6조4600억원·2024년 4월~2025년 3월 회계 기준)이라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프랑스 르노가 ‘구원투수’로 나섰던 2000년 손실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실제로 닛산의 차량 판매 대수는 급감했다. 2017년만 해도 577만대(2017년 4월~2018년 3월)에 달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엔 330만대로 주저앉았다. 투자도 줄여나갈 방침이다. 닛산은 지난 9일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에 설립하기로 했던 전기차 배터리 공장도 취소했다.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등 트럼프 관세로 인한 시장 환경도 닛산의 구조조정 속도를 재촉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구조조정 발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때 세계 LCD(액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과 경쟁을 벌이던 샤프 역시 최근 사업 축소를 발표했다. 세계 시장에서 샤프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 기여한 미에현 가메야마 공장 일부를 오는 9월까지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에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매각 금액은 155억엔(약 1483억원)이다. 샤프의 디스플레이 사업 축소엔 중국과의 경쟁으로 인한 실적 악화가 있다. 저렴한 중국산 제품들과의 경쟁에서 샤프 디스플레이 제품이 뒤처지면서 적자를 이어왔다. 

파나소닉은 흑자지만 1만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안을 지난 9일 발표했다. AP=연합뉴스

파나소닉은 흑자지만 1만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안을 지난 9일 발표했다. AP=연합뉴스

 
구조 재편은 흑자 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일본 대표 전자기업인 파나소닉이 대표적이다. 파나소닉은 최근 조기 퇴직 등을 통해 직원 1만명 감축안을 내놨다. 지난 3월 기준 파나소닉의 직원은 약 22만8000명으로 임직원의 약 4%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지난해 3662억엔(약 3조 50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거뒀지만, 인력 조정에 나선 셈이다. 기존의 TV나 가전과 같은 사업보다는 시장 전망이 좋은 전기차 배터리, 통신시스템 등의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버블기이던 1989년 세계 시총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NTT도 변신에 나섰다. 자회사인 NTT데이터그룹 완전 자회사로 만든 뒤 해외 시장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야지마 야스히데(矢嶋 康次) 닛세이기초연구소 종합정책연구부 전무이사는 특히 최근 샤프와 파나소닉의 사업 재편 배경엔 일본 전자 업계의 오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야지마 전무는 “1980년대와 90년대 버블기 이후 2000년대에 들어온 이후 지금껏 전기 메이커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회사가 소니일 정도로 구조조정이 늦었다”고 설명했다. 게임과 음악, 영화 등으로 일찌감치 사업을 재편한 소니만이 지금껏 성장을 이어가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1990년대 20대에 취업한 이들이 30여 년이 지난 지금 50대로 정년을 맞이하면서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들이 늘어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