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연결돼 있다” 261년 만의 통신사선 이끈 한·일 뱃사람 우정

13일 일본 오사카항 ATC 부두에 정박한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에서 국립해양연구소의 김성원 선장, 홍순재 학예사, 강원춘 학예사(왼쪽부터)가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연구소의 전통선박 재현 사업에 따라 이 선박을 제작하고 2023년부터 재현선의 일본 항해를 지속해왔다. 사진 국가유산청

13일 일본 오사카항 ATC 부두에 정박한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에서 국립해양연구소의 김성원 선장, 홍순재 학예사, 강원춘 학예사(왼쪽부터)가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연구소의 전통선박 재현 사업에 따라 이 선박을 제작하고 2023년부터 재현선의 일본 항해를 지속해왔다. 사진 국가유산청

 

“거센 바람과 파도에 수백년 전 통신사들이 느꼈을 두려움을 몸소 체험했지만, 곳곳에서 만난 인연들 덕에 무사히 오사카까지 닿았습니다.”(홍순재 학예사)
 
13일 일본 오사카(大阪)항 ATC 부두에서 오색 단청칠을 한 목조 선박 갑판 위에 정(正)이라는 붉은 글씨가 쓰인 푸른 깃발이 펄럭였다. 조선통신사의 단장 격인 정사(正使)를 태운 선박이란 의미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연구소가 고증·제작한 이 재현선은 지난달 28일 부산을 출발해 보름간 바닷길 약 840㎞를 헤쳐왔다. 1763~1764년 조선통신사의 제11차 사행(使行·사신 행차) 당시 부산~오사카 항로를 261년 만에 재현했다. 배는 쓰시마(對馬·대마도)와 이키, 시모노세키, 구레, 후쿠야마 등을 거쳐 지난 11일 오사카에 닻을 내렸다.  

13일 부두에서 열린 입항 기념식에 오사카시의 다카하시 도오루 부시장 외 시민들까지 250여명의 환영 인파가 붐볐다. 효고현 출신으로 후쿠야마부터 배의 여정을 차로 쫓았다는 여성 데이 히로에(62)는 “수백년 전처럼 도착하는 곳마다 ’어서 오세요‘라고 외치고 싶어서 따라왔다”고 말했다. 배는 이날 일종의 선상박물관처럼 공개돼 각지에서 온 승선체험단이 선실 곳곳을 둘러보고 선상 공연을 감상했다. 오사카에 사는 야부구치 유미코는 “한국과 일본 간 교류에 중심이 됐던 통신사선을 실제로 타보니 신기하고, 전통 배가 무척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이번 재현 항해는 한·일 수교 60주년과 2025 오사카·간사이 세계박람회(엑스포)에 맞물려 기획됐다. 조선 시대엔 각 사행 때마다 정사선을 포함해 총 6척의 배가 400~500명을 싣고 움직였지만 이번 항해엔 선박 제작을 주도한 홍순재(54) 학예연구사를 필두로 강원춘(41) 학예사와 김성원(41) 선장 등 8명이 함께했다. 앞서 재현선은 첫해인 2023년엔 쓰시마까지, 지난해는 시모노세키까지 갔고 이번에 처음으로 세토 내해(瀬戸内海)를 통과했다.

13일 일본 오사카항 ATC 부두에서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의 입항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조선통신사선이 오사카에 도착한 건 1763~1764년 제11차 사행(사신 행차를 의미) 이후 약 261년 만이다. 이번 재현 항해를 완수한 8명의 항해단과 이은석 국립해양연구소장(왼쪽에서 넷째)이 환영행사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국가유산청

13일 일본 오사카항 ATC 부두에서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의 입항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조선통신사선이 오사카에 도착한 건 1763~1764년 제11차 사행(사신 행차를 의미) 이후 약 261년 만이다. 이번 재현 항해를 완수한 8명의 항해단과 이은석 국립해양연구소장(왼쪽에서 넷째)이 환영행사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국가유산청

13일 일본 오사카항 ATC 부두에서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의 입항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려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앞줄 왼쪽에서 일곱째) 등 귀빈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조선통신사선이 오사카에 도착한 건 1763~1764년 제11차 사행(사신 행차를 의미) 이후 약 261년 만이다. 사진 국가유산청

13일 일본 오사카항 ATC 부두에서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의 입항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려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앞줄 왼쪽에서 일곱째) 등 귀빈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조선통신사선이 오사카에 도착한 건 1763~1764년 제11차 사행(사신 행차를 의미) 이후 약 261년 만이다. 사진 국가유산청

13일 일본 오사카항 ATC 부두에서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의 입항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려 참석자들이 선상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조선통신사선이 오사카에 도착한 건 1763~1764년 제11차 사행(사신 행차를 의미) 이후 약 261년 만이다. 사진 국가유산청

13일 일본 오사카항 ATC 부두에서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의 입항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려 참석자들이 선상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조선통신사선이 오사카에 도착한 건 1763~1764년 제11차 사행(사신 행차를 의미) 이후 약 261년 만이다. 사진 국가유산청

 
이 과정에서 세토 내해 전통항해협회의 하라 고지 회장과 50년 경력의 항해사 가타가와 기요노부의 도움도 컸다. 이들이 이끄는 7t 규모 어선이 지난달 30일 시모노세키부터 오사카까지 12일간 재현선을 500m 앞에서 인도했다. 조선 시대 일본에서 뱃사공이 마중 나와 통신사선을 일본 해역까지 이끈 것과 같다. 김성원 선장은 “세토 내해가 생각보다 까다로웠는데 하라 선장이 수심과 접안 위치, 장애물 위치 등을 세세히 알려줬다. 도중에 뱃머리 쪽 부품이 부서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이것도 밤새 수리해 줘 든든했다”고 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하라 선장은 “뱃사람들은 모두 한마음이라 어려움을 함께 넘으며 더욱 끈끈해지는 걸 느꼈다. 옛날 통신사 선원들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전통선박 복원에 관심이 큰 그는 2017년 목포 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 방문해 홍 학예사와 인연을 맺었고 이번 가이드를 요청 받았을 때 흔쾌히 응했다. 이웃인 한국과 일본의 미래 관계에 대해선 “친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바다는 연결돼 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일본 어선은 재현선이 오는 16일 귀국길에 오를 때도 시모노세키까지 안내할 예정이다. 

13일 일본 오사카항 ATC 부두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한 국립해양연구소의 홍순재(오른쪽) 학예연구사와 세토 내해 전통항해협회의 하라 고지 회장. 뒤에 보이는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이 세토 내해를 통과하는 과정에 하라 회장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고 홍 학예사가 밝혔다. 오사카=강혜란 기자

13일 일본 오사카항 ATC 부두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한 국립해양연구소의 홍순재(오른쪽) 학예연구사와 세토 내해 전통항해협회의 하라 고지 회장. 뒤에 보이는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이 세토 내해를 통과하는 과정에 하라 회장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고 홍 학예사가 밝혔다. 오사카=강혜란 기자

13일 일본 오사카항 ATC 부두에서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의 입항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조선통신사선이 오사카에 도착한 건 1763~1764년 제11차 사행(사신 행차를 의미) 이후 약 261년 만이다. 사진 국가유산청

13일 일본 오사카항 ATC 부두에서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의 입항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조선통신사선이 오사카에 도착한 건 1763~1764년 제11차 사행(사신 행차를 의미) 이후 약 261년 만이다. 사진 국가유산청

홍 학예사는 “일본 측의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가 기항지마다 풀뿌리 조직력으로 환영 행사를 열어줘 교류의 힘을 새삼 느꼈다“면서 ”언젠가 일본 전통선박이 복원돼 한국을 방문할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부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통신사의 역사를 재현하는 시도는 한국과 일본이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조선통신사선은 한·일 국민의 마음을 잇는 징검다리"라며 "오사카 박람회에 참석한 세계인에게 평화와 존중의 정신을 전하는 뜻 깊은 행사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엑스포 측이 정한 ’한국의 날‘을 맞아 엑스포 행사장에서 조선통신사 행렬도 재현됐다. 엑스포장을 둘러싼 초대형 목조 건축물 ‘그랜드 링’ 사이로 50여명의 전통복장 행렬(부산문화재단 주관)이 취타대 연주 속에 1시간가량 행진하자 각지에서 온 관람객이 박수로 호응했다. 엑스포 한국관은 '연결'을 주제로 한 3개 전시관과 미디어월을 운영 중으로 매일 1만명 이상이 찾고 있어 엑스포가 끝나는 10월 13일까지 120만명 가량이 찾을 것으로 예측된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연구소가 복원·제작한 조선통신사선 재현 선박이 제11차 사행(1763~1764년) 항로를 따라 일본 쓰시마(對馬·대마도)와 이키, 아이노시마, 시모노세키, 구레, 후쿠야마 등 기항지를 거쳐 261년 만에 오사카항에 닿았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한 이번 항해엔 연구소의 홍순재 학예사, 강원춘 학예사, 김성원 선장 등 8명이 함께 했다. 사진 국립해양연구소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연구소가 복원·제작한 조선통신사선 재현 선박이 제11차 사행(1763~1764년) 항로를 따라 일본 쓰시마(對馬·대마도)와 이키, 아이노시마, 시모노세키, 구레, 후쿠야마 등 기항지를 거쳐 261년 만에 오사카항에 닿았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한 이번 항해엔 연구소의 홍순재 학예사, 강원춘 학예사, 김성원 선장 등 8명이 함께 했다. 사진 국립해양연구소

 
 ☞조선통신사=임진왜란 후 일본 에도(江戶) 막부의 요청을 받아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조선에서 일본으로 12차례 파견된 외교사절단. 초창기엔 포로 송환과 외교 재개 등 임무를 수행했고 점차 사신단 간의 인적·문화교류로 확대돼 200여년 간 평화의 사절 역할을 했다. 2017년 ‘조선통신사에 관한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한·일 공동으로 등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