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생물가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실제 통계청의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8월의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7%를 기록했다. 6%대를 넘은 6~7월보다는 낮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문제는 불가피한 물가 상승 요인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10월 인상이 예고된 전기·도시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이 대표적이다.
전기료의 경우 10월부터 기준연료비에서 킬로와트시(㎾h)당 4.9원 인상이 예정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이번 기준연료비 인상과 함께 4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함께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발전(發電) 연료 가격 상승에 따라 전기요금도 올리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미 3분기에 연간 상한선인 ㎾h당 5원을 모두 올린 상황이라, 산업부는 관련 약관 개정을 통해을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상한선을 더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사자인 한전은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0원 정도는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가스요금도 마찬가지다. 도시가스 요금의 정산단가를 올리면서 연료비와 연동한 기준연료비를 모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 세 번에 걸친 정산단가 인상은 예정된 일이다. 정산단가는 올해 5월 0원에서 1.23원으로, 7월 1.23원에서 1.90원으로 올랐고, 10월엔 1.90원에서 2.30원으로 인상한다. 가스요금을 충분히 올리지 못하며 발생한 가스공사의 누적 손실(미수금)은 5조1000억원(6월 말 기준)에 이른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된 1조8000억원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겨울철을 앞두고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되면 서민은 물론 물가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에너지 분야 공공요금이 오르는 것은 각종 상품·서비스의 재료비가 오르는 것처럼 경제·산업 모든 분야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달러 강세도 국내 물가에 부담을 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5.6원 내린(환율은 상승) 달러당 1393.6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 1400원대를 눈앞에 두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물가 부담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중이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불확실성에도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9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은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해 화물·운송업계 부담을 덜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또 “식품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동향을 일일 모니터링하고 업계와 가격 안정을 위한 협의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며 “특히 지금도 많은 경제주체가 물가 상승 부담을 감내하고 있는바, 가공식품 업계에서도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인상요인을 최소화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물가가 계속 올라 임금 인상 압력으로 나타나는 악순환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며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수단은 다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물가를 확실하게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민간에도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