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의사이자 보건 전문가인 박세업(60)씨는 2020년 8월, 아내와 상의 끝에 둘째 아들 결혼식 참석을 포기했다. 대신 아프리카 최북단인 모로코에 남았다. 그는 국제보건의료 비영리 단체인 ‘글로벌케어’의 북아프리카 본부장이었다. 모로코의 결핵 환자 등을 돌보고 있을 때 한국에서 아들 결혼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터라 일부 특별기만 뜰 때였다. 교민들은 속속 귀국길에 올랐지만, 박씨는 차마 아들 곁으로 갈 수 없었다. 환자 곁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아산상 대상 수상자 박세업씨.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제공.
해외에서 10년간 결핵 환자 2만7000명 돌봐
박씨의 이런 헌신은 뒤늦게 인정받았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수여하는 제34회 아산상 대상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2012년 모로코로 건너간 후로 10년간 박씨가 돌본 결핵 환자는 2만7000여명이다. 환자들의 복약을 돕기 위해 ‘스마트 약 상자’도 개발했다. 환자가 약을 먹지 않으면 약 상자 뚜껑이 열리고 전담 보건 요원에 연락이 가는 시스템이다. 국내 업체와 함께 개발한 약 상자 덕분에 70%에 그쳤던 완치율이 90%까지 올랐다고 한다. 박씨는 외국인으로는 드물게 지난 3월 모로코 현지 의사면허를 땄다.
2019년부터는 모로코 아래 모리타니에서도 결핵 퇴치 등의 인술을 펼치고 있다. 6주마다 모리타니를 방문하는데 왕복거리가 5000㎞에 달하는 육로를 이용한다고 한다.

아산상 대상 수상자 박 세업씨(왼쪽 두번째)가 모로코 주민을 진료하고 있다.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제공.
난민 청년 절규에 해외 의료봉사 결심

박세업씨(오른쪽)가 모로코 주민들을 진료하고 있다.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제공.
이날 함께 발표된 아산상 의료봉사상에는 27년간 한센인 치료에 몰두한 오동찬(54)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이 선정됐다. 오 부장은 1995년 국립소록도병원 공중보건의로 지원한 이후 진료를 이어오고 있다. 오 부장은 국내 처음 아랫입술 재건 수술법을 개발해 500여명 환자를 치료했다.
사회봉사상은 1966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서울·춘천·군산·제주 등에서 미혼모 돌봄 등의 지원 활동을 해온 착한목자수녀회(대표 이희윤 수녀)에 돌아갔다.

아산상 의료봉사상을 수상한 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제공.

아산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한 착한목자수녀회의 대표 이희윤 수녀.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