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인천 SSG전에서 결승 만루포를 터트린 LG 트윈스 김민성. 후배들의 물세례 축하에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인천=김효경 기자
김민성은 이날 경기에서 벤치를 지키다 9회 말 대수비로 들어갔다. 타석에 설 기회는 딱 한 번 주어졌다. 2-2로 맞선 연장 10회 초, SSG 좌완 김택형을 상대했다. 김민성은 1볼에서 김택형의 빠른 공이 들어오자 지체하지 않고 휘둘렀고,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김민성의 개인 통산 네 번째 그랜드슬램이 LG의 역전 우승 불씨를 되살렸다. 인천을 찾은 LG 팬들도 역전승에 환호했다.
LG는 81승 2무 50패가 되면서 1994년(81승 45패) 이후 구단 최다 승리 타이를 이뤘다. 통산 2500승(역대 4번째)도 달성했다. 선두 SSG(86승 4무 47패)의 4연승을 저지하며 3.5게임 차로 따라붙었다.

25일 인천 SSG전에서 역전 만루홈런을 친 LG 김민성. 연합뉴스
류지현 LG 감독은 "오늘 원정임에도 마치 홈 경기인 것처럼 많은 팬들이 응원 와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승리는 선수단과 팬들이 만들어낸 모두의 승리"라며 "정말 아름다고, 완벽한 명작을 김민성이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김민성은 올 시즌 83경기 출전해 117타석 밖에 서지 못했다. 2009년 롯데 자이언츠 시절 이후 가장 출전 기회를 적게 얻었다. 대타, 대수비 등으로 나오다 보니 수훈선수 인터뷰도 이날이 처음이었다. 김민성은 "언제 한 번 하나 했는데, 오늘"이라며 싱글벙글했다.
김민성은 "(물벼락 맞고)심장 떨어질 뻔 했다. (물뿌린 후배들을)잊지 않겠다"고 농담했다. 그는 "제가 다가가지 않으면 후배들이 오지 않는다. 궂은 농담도 받고, 야구 이야기할 시간이 많은데 후배들이 잘 따라줘서 고맙다"고 했다.

25일 인천 SSG전에서 역전승을 거둔 LG 트윈스 선수들. 연합뉴스
홈런 장면에 대해선 "맞는 순간 살짝 빗맞긴 했지만 타이밍이 좋았다.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계속 경기를 뛰었다면 무조건 갔다고 생각했을 텐데, 왔다갔다 하다 보니 불안하긴 했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이 끝까지 너무 잘했다. 동점을 만들었다. 지고 있었다면 부담스러웠을텐데, 투아웃이고. 다음 이닝도 있어서 부담없이 들어갔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늘 주전 선수였던 김민성은 올 시즌 벤치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땀을 흘리며 나갈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김민성은 "(교체로 들어와서 하는게)쉽진 않은데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매일 꾸준하게 타격 훈련도 먼저 나와서 하고, 수비 훈련도 누구보다 많이 하고 있다. 한 타석, 한 이닝을 실수없이 하려고 연습을 많이 했다. 그게 나온 것 같다"고 했다.
LG와 SSG의 격차는 3.5경기다. 남은 경기를 감안하면 뒤집기가 쉽진 않다. 하지만 LG 선수들의 분위기는 매우 좋다. 김민성은 "분위기는 항상 좋다. 주장 포함 베테랑 선수들이 이기거나 지거나 저희가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하자고 이야기한다. 남은 경기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김민성은 2007년 롯데에 입단했고, 히어로즈를 거쳐 LG 유니폼을 입었다. 가을 야구는 자주 나섰지만, 우승 경험은 없다. 한국시리즈도 넥센 시절인 2014년이 마지막이다. 김민성은 "시간이 꽤 지났는데 아직도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며 "그때와 다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을 위해서 끝까지 준비 잘 하겠다"고 말했다.
우승 반지에 대한 의욕도 드러냈다. 김민성은 "선수라면 누구나 우승하고 싶다. 올해는 찬스가 오지 않았나 싶다. 어찌 될지 모르지만 부상 선수만 없다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상대 팀이 누가 될 지 모르지만 재밌는 경기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