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 이끄는 오충근·한수진 “젊은 음악제 위해 힘 모았죠”

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를 이끄는 오충근 예술감독(위)과 한수진 부감독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젊은 세대가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음악제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를 이끄는 오충근 예술감독(위)과 한수진 부감독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젊은 세대가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음악제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류와 K컬처로 대표되는 우리 문화 역량이 부산으로 총 집결 중이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서다. K팝에는 10만 명이 모인다는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가 화제다. K클래식도 움직인다. 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BICmf)가 내년 출범한다. 

이에 앞서 11월 16일부터 25일까지 부산문화회관과 누리마루APEC하우스에서 프리콘서트를 연다. 축제를 만들고 있는 국립부경대 석좌교수인 오충근(62) 예술감독과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36) 수석예술부감독을 만났다. 두 음악가에겐 부산 출신 바이올린 전공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충근은 부산시향 최연소 악장과 KBS교향악단 제1바이올린 주자를 역임했고 현재 부산심포니 상임지휘자다. 한수진은 2001년 비에냐프스키 콩쿠르에서 최연소 2위였고, 유튜브 채널 ‘또모’에서 클래식 스타로 알려졌다.

이번 음악제의 슬로건은 ‘대전환 그리고 포용’이다. 오 감독은 “클래식 음악은 기존 세대와 새로운 세대 간의 협조가 절실한 콘텐트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년 후에 준공되는 부산국제아트센터는 부산 최초 2000석 규모 클래식 전용홀로 파이프오르간도 설치된다.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부산 음악계 전체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2030세계박람회를 부산이 유치하면 부산지역 문화 대융성의 계기가 된다"고 했다. 

이번 음악제에는 비올리스트 김규현(노부스콰르텟 비올리스트), 클라리네티스트 백동훈(유라시아오션필하모닉오케스트라 수석) 등이 예술부감독으로 참여하고 이경선(바이올린), 김상진(비올라), 송영훈(첼로), 손정범(피아노), 송지원(바이올린) 외에 임윤찬의 스승인 손민수(피아노)도 참가한다.

오 감독은 음악계 발전을 위해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젊은 연주자들을 예술부감독으로 포진시킨 이유에 대해 “지금 클래식 음악계의 젊은 세대는 탁월하다. 기존의 방식, 나이가 들어서 완성되는 방식을 탈피해서 젊은 세대가 주역이 돼야 한다. 경험을 빨리 쌓게 하고 도와준다면 미래엔 폭발적인 힘을 갖출 것”이라 했다. “얼마 전 화제가 됐던 고잉홈 프로젝트도 나올 때가 돼서 나온 겁니다. 기득권은 절대 변화를 원치 않아요.”


한수진 수석예술부감독은 “페스티벌이 많지만 정신없는 연주의 소용돌이 속에서 과정을 즐기지 못하기 일쑤다. 부산 바다는 특별하다. 어릴 적 처음 말한 단어가 ‘바다’였다. 신비함, 푸근함, 위안을 준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연주자들이 힐링하며 영감을 얻고 청중을 다른 세계로 데려가는 음악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부산지역 클래식 음악계에 몸담아왔지만 “부산이 문화적으로 낙후된 건 사실”이라고 뼈아픈 지적을 했다. 
“부산이 6·25 때 전국의 피난민을 품어 안다 보니 맨손으로 온 그분들이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시 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정신적인 풍요를 생각할 때다. 인문학과 클래식 음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부산 클래식은 백지상태입니다. 우리 세대가 가진 생각은 낡았습니다. 지금 젊은 연주자들은 저희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험치를 쌓고 있어요.”

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를 이끄는 오충근 예술감독(오른쪽)과 한수진 부감독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젊은 세대가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음악제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를 이끄는 오충근 예술감독(오른쪽)과 한수진 부감독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젊은 세대가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음악제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오 감독은 7년 전 철학자 최진석(서강대 명예교수)과의 만남이 변화를 추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최 교수와 토크 콘서트인 ‘노자와 베토벤’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예술에는 궁극적으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철학은 철학대로 창백해졌다. 뜨거운 피, 진동과 율동이 필요했다. 그걸 음악으로부터 수혈받았다”는 최 교수의 말을 듣고 ‘나 혼자 듣기는 아깝다’고 생각한 게 ‘노자와 베토벤’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논어에 나오는 ‘흥어시(興於詩) 입어례(立於禮) 성어악(成於樂)’, 즉 시로 흥을 돋우고 예를 가지고 반듯하게 세워 음악으로 완성한다는 공자 말씀을 들려주셨죠.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게 음악을 하는 이유였어요. 음악을 듣는 사람 스스로의 자발적인 감동에는 모든 것을 완성하는 힘이 있는 거죠.”

한 부감독은 롤 모델로 삼는 페스티벌로 영국 땅끝마을 랜즈엔드에서 열리는 프러시아 코브(IMS Prussia Cove)를 들었다. 첼리스트 스티븐 이설리스가 이끄는 음악 축제다. 
“리허설 기간이 충분한 연주가들의 웰빙 페스티벌이죠. 일주일 리허설하며 그 곡을 파고들면 ‘제대로 경험했구나’하고 느끼게 돼요. 뭔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단체로 산책을 나가요. 자연에서 영감을 받으면 ‘아 이거였구나’하고 반짝이는 순간이 오죠. 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도 연주자 스스로 성장하는 페스티벌, 아티스트들이 함께 행복한 페스티벌이 됐으면 합니다.”

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는 11월 16일 부산문화회관에서 개막한다. 백재진(바이올린・동의대교수), 이경선(바이올린・서울대교수)과 김상진(비올라・연세대교수), 이명진(첼로・동아대교수), 황세희(하피스트) 등이 BICmf 체임버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17일 손민수 피아노 독주회에 이어 19일에는 손정범(피아노・한국인 최초 ARD 콩쿠르 우승), 송지원(바이올린・레오폴트 모차르트 콩쿠르 우승), 이정현(첼로・윤이상 콩쿠르 우승), 신경식(비올라・브람스 콩쿠르 우승)이 연주한다. 
22일 한수진을 비롯해 이우일(바이올린), 김규현(비올라). 백동훈(클라리넷), 장현성(바순), 이원해(첼로), 조용우(더블베이스)의 슈베르트 8중주가 이어지고 25일 누리마루APEC하우스에서 송영훈과 심준호, 김대연, 이경준으로 구성된 4첼로 앙상블이 폐막공연이다.

한 부감독은 다음달 피아니스트 프레디 켐프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음반을 녹음해 워너클래식에서 발매한다. “슈베르트 가곡 ‘음악에’는 이렇게 시작해요. ‘아름다운 예술이여 세상의 거친 군상 속에 머물러 잿빛 시간을 보내기 쉬울 때 너는 내 마음에 따뜻한 사랑을 불태우고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줬다.’ 이번 축제가 연주자들, 청중들에게 삶의 메마름을 적셔줄 오아시스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 감독은 “내년 음악제는 부산시의 본예산이 반영돼 축제 규모가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못하는 걸 예술이 풀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젊은 세대가 기량을 마음껏 펼치는 신나는 놀이터가 되도록 설계하겠습니다. 음악계도 계속 움직여야 합니다. 고이면 썩습니다.”


류태형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ryu.taeh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