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와 어머니 박순정 씨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 중사를 성추행한 부대 선임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장 중사는 지난해 3월 2일 부대원들과 저녁 회식을 한 뒤 복귀하는 차 안에서 후임인 이 중사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또 사건 직후 이 중사에게 ‘용서하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 중사를 협박한 혐의도 있다.
이 중사는 피해 직후 동료와 상관의 회유와 압박을 받는 등 2차 가해에 시달리다가 같은 해 5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군검찰은 장 중사의 혐의가 중하다고 보고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1심(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재판부는 장 중사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강제추행치상 혐의는 인정했지만, 보복 협박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봤다. 이 중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협박이 아닌 '사과 행동'이었다는 장 중사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2심(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역시 강제추행치상 혐의만 유죄로 보고 보복 협박 부분은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형량은 2년 더 깎았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상급자들에게 피고인 범행을 보고했음에도 되레 은폐, 합의를 종용받았고 피해자 가족 외엔 군 내에서 제대로 도움받지 못하는 등 마땅히 받아야 할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며 “소외감 등 정신적 고통이 이어졌고 이런 사태가 군 내에서 악순환되는 상황 또한 극단적 선택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의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 책임으로만 물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심 판결 후 군검찰은 보복 협박 혐의 역시 유죄라며, 장 중사 측은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대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 중사 유족은 이날 판결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선고가 끝난 뒤 이 중사 어머니는 “법이 우리 아이, 피해자에게만 너무 차가웠다. 가해자에게는 너무 따뜻했다”며 “(남은 사건 재판부는) 너무 차갑지 않게, 고통을 공감하면서 법의 잣대로 진실을 적용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 이후에도 장 중사는 추가로 재판을 받게 된다. 지난 6월부터 이 사건을 100일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는 ‘이 중사가 거짓으로 고소했다’는 허위 사실을 주변에 말한 혐의(명예훼손)로 장 중사를 추가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