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대출 국민의힘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MBC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무경 의원, 박 위원장, 윤두현 의원, 박대수 의원. 김경록 기자
국민의힘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TF’(위원장 박대출 의원)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방문해 박성제 MBC 사장과 보도국장·디지털뉴스국장·취재기자 등 4명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벌어진 ‘비속어 논란’을 최초 보도하는 과정에 위법이 있었는지를 검찰 수사로 밝혀야 한다는 취지다.
TF 측은 고발장에서 MBC가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발언을 엠바고(보도유예) 전에 유포했고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발언에 의도적으로 ‘미국 의회’ 등 사실과 다른 자막을 입혀 보도했으며 ▶후속 보도로 허위사실을 확산시켰다고 주장했다. 위원장인 박대출 의원은 고발장 제출 직전 기자들에게 “MBC가 조작 사건에 대해 어떠한 반성도 없이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일을 계속 자행하고 있다”며 “통신기록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두현 의원은 야권에서 나오는 '언론 탄압' 지적에 대해 “언론의 자유는 진실을 알리기 위한 자유이지 거짓을 알리기 위한 자유가 아니다”라며 “왜 잘못된 이야기가 나갔는지, 왜 하지 않은 말이 들어있는지, 그리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도 없었는지를 밝혀달라고 하는 것이고 언론 탄압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대출 문화방송 편파방송조작 진상규명위원장, 박성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보도와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9/29/d8b3a688-b9fb-402b-8f33-9dbd4f9f3def.jpg)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대출 문화방송 편파방송조작 진상규명위원장, 박성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보도와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TF 측은 전날 이번 논란을 ‘자막 조작 사건’으로 규정, MBC 경영센터를 항의 방문한 데 이어 이틀째 강경 대응을 이어갔다. TF 소속 최형두 의원은 라디오에서 “고가의 음성 분석장치가 다 있는 회사에서 그렇게 단정적으로, 대화에 딱 등장하지도 않은 ‘미국’이라는 말을 굳이 자막에 입히면서 ‘바이든’을 넣고 한 것이 맞는 이야기냐”라며 “한·미관계를 일부러 파탄내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라면 그렇게 무분별하게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박성중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대통령이 ‘바이든’이라는 말을 쓴 적이 없는데 자체적으로(자막을) 달아서 내보낸 것은 명예훼손이고 국익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라며 “(순방단이) 캐나다에 갔을 때도 이 문제를 약간 대화 중에서 언급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그쪽 우리 외교팀들이 굉장히 당황했다는 후문들이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이날 “가짜뉴스만은 좀 퇴치해야 한다”(김대기 비서실장)고 재차 강경 대응 기조를 밝힌 데 발맞춰 당에서도 MBC 공격에 화력을 집중한 것이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령은 치열한 외교 전쟁터에서 나라의 미래를 걸고 분투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도 아닌 우리나라 언론사가 국기문란 보도를 자행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언론이 맞는지 묻고 싶다”고 MBC에 날을 세웠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경상대 합동강의실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뉴스1
하지만 당 지도부 중심의 강경 대응에도 ‘윤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여권 내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에 비판적 목소리를 높여 온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경북대 강의 후 기자들에게 “이 문제는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야 한다. 온 국민이 지금 청력 테스트를 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나 우리 당(국민의힘)은 국민을 개, 돼지로 취급하는 코미디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윤계로 분류됐던 조수진 의원도 전날 오후 방송에서 “발언의 진실과 경위가 어찌 되었든 간에 결과적으로는 국민께 송구한 일 아닌가. 그렇다면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며 “국민께 불편함을 끼쳐드리고, 일주일 동안 정쟁으로 국가가 아무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에 대해서 사과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게 용기”라고 말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집권여당이 특정 방송사에 대해 조작, 편파, 선동이라 규정하고 항의 방문과 형사고발까지 하는 건 정치적 실익이 없는 과도한 대응”이라고 썼다. 특정 언론사에 대한 과도한 공격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인데, 이와 관련해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권성동 의원이 ‘MBC 민영화’를 거론한 것과 관련해 “권 의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며“아직 논의가 진전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라디오에서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 보도와 관련해 문화방송을 항의 방문한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본사 로비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문화방송, 와이티엔, 서울방송, 한국방송, 국악방송 등 조합원들이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을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2022.09.28
MBC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집권여당의 고발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시한다”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진실 규명을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절차가 있음에도 권력은 이 모든 걸 건너뛰고 검찰로 직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언론이 똑같이 보도한 내용을 두고 한 언론사만을 꼭 집어 고발한 것, 공영방송 보도책임자들과 사장을 무더기로 고발한 것 모두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MBC를 표적 삼아 (정권이)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더 커지고 있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