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능력' 가진 침대 회사…소아 병동 탈바꿈 나선 까닭 [비크닉]

안녕하세요. 좀 더 나은 삶, 이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의 목소리를 쫓아갑니다. 세상을 바꾸는 브랜드 목소리, 'Voice Matters(목소리는 중요하다)' 김민정 기자입니다.

잘하는 일로 세상을 이롭게

'선한 영향력'이란 말을 잘 사용하는데요. 저마다 정의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저는 각자가 지닌 능력을 비단 자신의 발전뿐 아니라 타인과 사회의 성장을 위해 쏟는 활동이라 풀이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잘하는 일로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행복감을 주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지요.

 
2~3년 전부터 기업의 이 같은 활동을 'ESG 경영'이라 얘기해왔습니다. 좀 더 좁혀 말하면 ESG 중 S(Social, 사회)에 해당합니다. 본업을 잘해서 재무 가치를 끌어올릴 뿐 아니라 인권 경영, 사회공헌, 소비자 안전 등의 영역도 고려하며 기업의 사회(기여)가치를 함께 끌어올리는 것이죠.

기업의 '선한 영향력'은 이제 필수가 됐습니다. 2년 전 유럽연합(EU)은 소셜 택소노미(Social Taxonomy) 보고서 초안을 마련하고, 무엇이 진짜 사회공헌인지 판별하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기업이 잘하는 일로 돈을 버는 것뿐 아니라, 그 잘하는 일로 세상을 얼마나 이롭게 했는지 객관화시켜 평가하겠다는 포석입니다. 국내에서도 더디지만 소셜택소노미 논의가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비크닉 Voice Matters는 올해도 잘하는 일로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데 힘을 보탠 기업과 브랜드를 찬찬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시몬스가 지난해 10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환아에게 선물한 굿즈(상품) 세트로, 시몬스가 기획한 문구용품들이 담겨 있다. 사진 시몬스.

시몬스가 지난해 10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환아에게 선물한 굿즈(상품) 세트로, 시몬스가 기획한 문구용품들이 담겨 있다. 사진 시몬스.

삼성서울병원과 협업한 ESG 침대 

소아·청소년은 국가의 미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출산율 감소의 여파로 소아·청소년 의료 붕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얼핏 보면 이렇다 할 연결 고리가 없을 것 같은 침대회사 시몬스가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더하기로 했습니다.


시몬스침대와 삼성서울병원의 인연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아암, 중증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시몬스는 매해 3억원을 기부해왔는데요. 기부금은 주로 수술이나 검사 등 외래 진료, 입원 치료비, 휠체어나 의료기기 구매 등에 활용됐습니다. 기부금으로 치료받은 환자 수만 80여 명에 달한다고 하네요.

시몬스는 단순 기부에 그치지 않는,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합니다. 그러다 이달 초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침대를 내놨는데요. 삼성서울병원과 협업한 'ESG 침대'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제품의 정식 이름은 '뷰티레스트 1925'. 지난 1925년 시몬스가 선보인 인기 매트리스 콜렉션 '뷰티레스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 시몬스에서 새롭게 내놓는 신규 매트리스입니다. 단단한 면, 부드러운 면을 모두 가지고 있어 양면 활용이 가능한 게 특징입니다. 시몬스의 다른 매트리스들처럼 1급 발암물질 라돈, 토론 안전 인증과 환경부의 국가 공인 친환경 인증을 받았습니다.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소재를 적용했고요.

'뷰티레스트 1925'. 사진 시몬스.

'뷰티레스트 1925'. 사진 시몬스.

 
'뷰티레스트 1925' 소비자 가격의 5%는 차곡차곡 적립돼 2025년 삼성서울병원 별관 자리에 증축 예정인 '소아·청소년 센터'(가칭) 리모델링 기금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제품을 구매하면 소비자 역시 간접적으로 기부에 힘을 보태는 셈이죠. 전국 매장에 해당 제품이 순차적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의미 있는 소비를 원하는 이들 사이에서 관심이 뜨겁다고 합니다.

 
이제 제품의 빼어난 기능, 성능만으로 시장을 이끌어가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한 제품이 지닌 서사, 이 제품이 세상에 나와 어떤 긍정적 나비효과를 일으키는지까지도 소비자의 깐깐한 선택 기준에 자리 잡은 것이죠.

시몬스의 공간 브랜딩, 소아 병동에도 

시몬스가 진짜 잘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공간 브랜딩'입니다. 시몬스는 그 동안 경기도 이천, 부산,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왔는데요. 시몬스 테라스, 그로서리 스토어(식료품점) 등이 대표적 예입니다. 로컬 브랜드와 협업해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그 도시만의 문화를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복합문화공간을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시몬스 브랜드를 오래도록 사랑한 팬(소비자)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일종의 사랑방으로 만든 겁니다. 이 특별한 공간의 기획과 디자인은 모두 시몬스 자체 '디자인 스튜디오'가 도맡았습니다. 

지난해 문을 연 시몬스 청담 그로서리 스토어 전경. 이 팝업스토어의 공간 기획·디자인 등은 시몬스 내 자체 ‘디자인 스튜디오’가 맡아 진행했다. 사진 시몬스.

지난해 문을 연 시몬스 청담 그로서리 스토어 전경. 이 팝업스토어의 공간 기획·디자인 등은 시몬스 내 자체 ‘디자인 스튜디오’가 맡아 진행했다. 사진 시몬스.

 
막강한 이 브랜딩 능력을 이번에는 소아 병동 단장에 쓰겠다는 포부인데요. 시몬스는 오는 2025년 증축 예정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센터'(가칭) 공간 디자인에도 힘을 쏟습니다.

삭막함, 긴장감, 두려움이 감도는 병원이 아니라 환자든 환자 가족이든 누구나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라는데요. 이미 스페인, 영국 왕립 병원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소아·청소년 병동을 작은 미술관 혹은 상상력의 공간으로 활용한 사례들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아이들이 긴장감을 덜고, 인지 발달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각종 기하학 도형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하거나 은은한 파스텔 색상을 활용해 차분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것이죠. 치료 공간이기 이전에 심적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한 겁니다.

공간을 독특한 감성으로 채워 넣어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던 시몬스가 삭막한 병동을 어떻게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킬까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는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관계자 등과 조율하며 찬찬히 밑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공간 브랜딩뿐 아니라 소아·청소년 병동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다양화하는 스토리 브랜딩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소아·청소년 병동에는 환자와 환자 가족, 의료진뿐 아니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서 매우 힘겹게 일상을 보내는 이들도 있지만, 결코 이 모습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병동의 일상에도 소소한 인생사가 있고, 웃음이 있고 행복이 있죠. 우리가 쉽게 보지 못했던 다양한 장면과 이야기를 잘 끌어내 소아·청소년 병동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관점을 다양화하고 싶다고 합니다. 

"ESG 경영이 대단히 거창한 건 아닙니다. 우리가 잘하는 것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마중물이 되고 싶어요. 삼성서울병원-시몬스의 ESG 협업 모델이 잘 정착되고, 소아·청소년 센터가 자체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자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고 싶습니다." 
- 김성준 시몬스 브랜드전략기획 부문장-

보이스 매터는 다음에도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 브랜드를 찾아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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