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가로’ 죽고 홀로 남은 세로…부쩍 예민해져

24일 오전, 얼룩말 '세로'가 생활하는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의 초식동물마을 우리. 왼쪽 목제 울타리 너머에는 캥거루가 생활하고 있다. 최서인 기자
세로는 2019년 6월 수컷 ‘가로’와 암컷 ‘루루’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지난 23일 10차선 대로를 내달린 세로는 2년 전만 해도 겁쟁이였다고 한다. 2021년 6월 유튜브 ‘서울시설공단TV’는 도토리나무 이파리를 먹는 얼룩말 가족의 모습을 소개했다. 영상 속 세로는 아빠 ‘가로’가 풀을 뜯는 모습을 한참 지켜본 뒤이야 보고서야 냄새를 맡다 풀을 뜯었다. 혼자 서 있다가 갑자기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겁쟁이 세로가 달라진 건 가로가 지난해 세상을 떠나고 얼룩말 우리에 혼자 남게 된 뒤부터였다. 1999년생인 가로는 지난해에, 2005년생인 엄마 루루는 3년 전쯤 자연사했다. 그랜트 얼룩말의 수명은 약 25년이다. 이때부터 세로는 나무 울타리 너머에 사는 캥거루에게 싸움을 걸거나 내실에 들어오지 않고 버티는 등 반항했다. 사육사들은 손으로 먹이를 먹이거나 장난감으로 놀아 주면서 유대관계를 높이고 세로를 길들이기 위해 애써 왔다.

지난 2021년 6월 아빠 얼룩말 가로(좌)와 아들 얼룩말 세로(우)가 도토리나무 이파리를 먹고 있다. 유튜브 캡처
3시간 산책 다녀온 세로…“밥도 잘 먹고 건강”
홀로 남은 세로가 예민해하자 대공원 측은 세로를 위해 미리 짝지어둔 비슷한 연령대의 암컷 얼룩말을 내년 중으로 들여오기로 했다. 당분간은 사육사들이 집중적으로 관리하며 안정을 취하게 할 계획이다. 조 팀장은 “어제 새벽에도 사육사들이 수시로 가서 확인해봤는데, 마치 ‘무슨 일 있었어?’라고 말하듯 천연덕스러운 표정이다. 밥도 잘 먹고 건강하다”고 말했다.
한편 세로가 다녀가면서 전날 한바탕 소란이 일었던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주택가도 일상을 되찾았다. 주민 김은자(74)씨는 “태권도 학원 갔다가 돌아온 손주들과 함께 집에도 못 들어가고 6시까지 요 앞 식당에 앉아 있었다. 얼룩말을 싣고 가고 나간 뒤에야 늦은 저녁을 먹었다”며 “펄떡펄떡 뛰어가던 모습이 어찌나 겁이 나던지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