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의 반도체 제조업체 울프스피드를 방문해 그레그 로우 최고경영자(왼쪽),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주 주지사(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미 반도체 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으려는 반도체 기업들은 워싱턴의 도움을 받느냐 아니면 중국에서의 확장 능력을 보존하느냐 하는 어려운 결정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반도체 지원법상 ‘가드레일’(안전장치) 세부 규정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대상 국가에서 첨단 반도체 공장의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반도체 업계에 컨설팅 서비스를 하는 변호사 앤젤라 스타일스는 “이번 조치로 많은 기업들이 반도체 보조금 지원을 받아들일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될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내 반도체 업계의 고민은 반도체 주요 기술ㆍ장비가 사실상 미국에 종속된 상황에서 주요 생산공장은 상당 부분 중국에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막강한 시장을 무기 삼아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물량 가운데 중국 비중은 40%를 상회한다. K반도체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고래 싸움에 끼인 형국인 셈이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을 알리는 대형 걸개 앞에 앉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UPI=연합뉴스
미 상무부는 지난 27일 반도체 지원금 신청 기업에 대해 반도체 공장의 웨이퍼 종류별 생산능력과 가동률, 수율(합격품 비율) 등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엑셀 파일 형태로 제출하도록 요구해 보조금을 고리로 사실상 국내 반도체 기업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8일에도 ‘반도체 생산지원금 신청 안내’를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초과이익 일부를 미 정부와 공유하도록 하는 등의 조건을 제시했었다.
보조금을 앞세운 미국의 깐깐한 규제에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삼성전자 측은 “한국과 미국의 관련 정부 기관들과 긴밀히 논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보조금 지원 내용을 검토한 뒤 향후 조치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WSJ에 말했다. TSMC는 언급을 피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미 하원의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장과 한국계 영김 외교위원회 인도ㆍ태평양소위원회 위원장이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조항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 이번 주 재무부의 IRA 전기차 배터리 관련 세부 규정 발표를 앞두고 미 하원의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외교위원장과 인ㆍ태소위원장이 한국 등 동맹의 피해 완화를 주문하고 나선 만큼 미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전기차 세제 혜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로이터]](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3/29/bd45a38d-f12f-4229-89b4-05e855ed20b6.jpg)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전기차 세제 혜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로이터]
매콜 위원장과 영김 소위원장은 4월 5∼6일 하원 외교위 의원들과 함께 방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