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發 불안에…“차환 없이 AT1 조기상환”

크레디트스위스와 UBS. 연합뉴스
AT1은 채권이지만,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지급하면서 만기를 길게 가져가는 일종의 영구채다. 기본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길고 중간에 차환(기존 채권을 새 채권을 발행해 갚는 것)해 원급 지급 시기를 계속 연장해서다. 원금을 갚지 않아 빚이라기 보다 자본의 성격을 지닌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에서도 AT1을 자본으로 친다. 이 때문에 자기자본 규제가 엄격한 금융사에서 AT1을 많이 발행한다.
회사 경영상에 문제가 생기는 이른바 ‘특정사유(trigger event)’가 발생하면, 이자 지급 의무가 사라지는 것도 AT1의 특징이다. 특히 AT1 중 특정사유 발생 시 아예 원리금이 없어지거나(상각) 보통주로 전환 되는 것도 있는데, 이를 조건부 자본증권 ‘코코본드’라고 따로 부른다. 이번에 모두 상각처리가 돼 문제가 된 CS의 AT1은 코코본드다.
통상 AT1은 5년 혹은 10년 단위로 조기상환(콜옵션 행사)을 한 뒤, 다른 AT1을 발행해 차환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이번에 은행들은 AT1 조기상환 후 차환은 하지 않기로 했다. CS 사태로 AT1 관련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이 관례대로 AT1을 차환하려면, 채권자를 모으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이자 부담에 조기상환까지 안하면, 자금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발생하기 때문에 차환 없이 조기상환만 하기로 결정했다.
보험업계 올해 2분기에만 ‘2조 상환’
일단 보험업계에서는 조기상환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생명을 제외하고 금액이 많지 않고 은행과 달리 위기 시 상각되는 ‘코코본드’가 없어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 언제든 의외의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특히 KDB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KDB생명의 경우 대주주 자금지원이 어려워 조기상환이 실패하면 시장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KDB생명의 AT1 조기상환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어떤식으로든 시장 불안을 일으키는 일은 막기 위해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자금경색→경기침체 불가피

시민들이 서울 시내의 한 시장 내 식당가 앞에 설치된 은행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