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후 대구국제공항 계류장에 비상구 출입문이 열린 채 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의 비상 출입문과 비상탈출 슬라이드가 수리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비행 중이던 항공기 출입문, 어떻게 열렸나
항공기의 비상문 개폐 방식은 크게 ‘핀방식’과 ‘여압방식’으로 구분된다. 이번 문 열림 사고가 벌어진 기종은 여압방식이고, ‘비행 중 잠금장치(Lock actuators)’가 없는 형태다. A321-200기는 아시아나가 운항하는 비행기 중 상대적으로 작고 오래된 기종으로 주로 국내 노선과 해외 단거리 노선에 14대가 운영된다. 국내에서 에어버스 A321-200기를 보유한 회사는 아시아나와 아시아나 계열사가 사실상 유일하다. 사고 기종의 후속 모델인 ‘A321-네오’은 여압방식이지만, 비행기가 땅에 닿기 전까지는 승객이 수동으로 문을 열 수 없는 핀 장치가 추가돼있다. 항공기 바닥의 랜딩기어에 땅인지 공중인지를 구분하는 장치가 있는데, 지상에 닿았는지 아닌지에 따라 핀이 박히거나 빠지는 방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운항 중인 미국 보잉사 항공기는 모두 이 같은 ‘핀방식’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비상 탈출 가능해야 비상구… 누구나 쉽게 열어야”
특정 개폐 방식이 더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고, 방식마다 장‧단점이 확연한 것뿐이어서, '여압방식이라고 더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에서다. 핀 방식도 핀이 고장 났을 때는 아예 개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한 항공 전문가는 “핀 고장으로 핀이 안 빠진 상황에서 화염에 휩싸인다든지 다른 형태의 이상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천편일률적으로 특정 방식이 더 낫다, 못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수십억 손해 입은 아시아나, 비상구 좌석 안 판다
아시아나항공은 문 개방 사고가 난 기종 ‘A321-200’ 14대 전체에 대해 비상구 앞자리 판매를 지난 28일 0시부터 전면 중단했다. 같은 기종을 6대 운영 중인 에어서울도 비상구 앞 좌석 판매를 29일 오전 0시부터 중단했다. 9대를 보유 중인 에어부산은 비상구 좌석 판매 여부를 내부 검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피해자 보상 대책으로 병원으로 이송된 9명의 승객에 대한 치료비를 전액 보전할 예정이다. 피해구제센터를 운영하며 트라우마 등 사후 피해에 대한 온·오프라인 접수를 받고 있다. 지난 28일까지 2건이 접수됐다고 한다. 당시 탑승한 승무원들에 대해서는 사고 당일부터 근무에서 제외하고 정서 관리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한 승객이 대구공항 상공에서 비상문을 강제로 개방해 승객들을 공포에 떨게 한 가운데 승무원이 비상문을 온몸으로 막고 있는 사진. 뉴스1
전 아시아나항공 기장이었던 정윤식 카톨릭관동대 항공대학장은 “비상구 좌석 판매에 제한을 두거나 승무원을 비상구 인근에 추가 배치하는 것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비상구 문에 대한 개조 작업 등 안전 강화 조치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 “이런 문 열림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승객들은 안전벨트를 밀착시켜 매고 있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법학과 교수(한국항공보안학회장)는 “비행기 운항 중 승무원들은 특별사법경찰관 권한이 있고 승객들도 역시 승무원들의 요청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비상구 좌석에 대한 사전교육을 강화하는 등 비행기 보안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