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뉴시스
이런 ‘오류 문항 재시험’은 최근 서울 강남권 고교에서 연중행사처럼 벌어지는 일이다. 교내 시험에서 오류가 발견될 경우 해당 영역의 다른 문제를 다시 푸는 게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 교과 중심 수시 전형의 비중이 커지면서 중간·기말고사의 공정성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지금 고교 2학년이 치를 2025학년도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율은 79.6%로 역대 최대다. 이중 내신 성적의 영향이 큰 교과 중심 전형 비율은 45.3%로 가장 많은 학생을 선발한다.
서울 강남구의 또 다른 고교는 1학년 중간고사 물리 과목의 서술형 문제에 오류가 발견돼 재시험을 치렀다. 서울 대치동의 한 수학강사는 “서울 강남에서만 학기마다 최소 한두 학교는 재시험을 치른다. 학부모 중에 의사나 수학 교수 등이 많아서 문제 하나하나를 직접 확인하거나 학원에 문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정’ 위한 재시험…“상위권 학생 피해”

서울시교육청 2023학년도 고등학교 학업성적관리지침. 자료 서울시교육청
출제 오류에 따른 재시험은 피해를 ‘확대 재생산’ 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수학 재시험을 치른 고교의 학부모는 “아이가 문제 오류인지 모르고 10분 넘게 그 문제만 잡고 끙끙대느라 다른 문제를 못 풀었다고 한다. 1학년 내신은 수시·정시를 결정하는 중요한 갈림길인데 학교 부주의로 피해를 봐 억울하다”고 말했다. 대치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해당 학교는 중간고사에서 수학 만점을 받은 학생이 원래 없었는데, 재시험을 두 번 보고 나니 만점자가 5명이 나왔다. 내신 등급이 떨어지게 된 학생들은 억울하다고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한 문제에 배정된 5분의 시간이 적정한 것인지, 변별력에 영향을 줬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 고교 교사는 “문제 오류가 생기면 상위권 학생들의 피해가 더 크다. 1등급을 받기 위해 두 번, 세 번 푸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다른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변별력 위한 출제가 오류 만들기도”

한 서점에 진열된 고교 수학 참고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