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마칠 수 있을지가 큰 문제입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96번째 대장동 본사건 재판. 1년 8개월째 이 사건을 진행하고 있는 재판부가 재판 장기화 우려를 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장동 일당의 배임액수를 651억원 이상에서 4895억원으로 바꿔달라’는 검찰의 공소장변경허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다. 지난달 15일까지만 해도 “조만간 증거 조사를 마치고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이준철 부장판사)” 하던 재판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615억원에서 4895억원으로…8배 불어난 배임액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공소장 변경을 허가할 수 있다. 재판부는 “업무상 배임의 기본 구조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내용”이라며 “결국 이재명·정진상(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공소사실이 거의 다 포함된 유사한 내용이다. 다른 재판부 결과나 판단에 서로 영향을 받는 측면이 있다”고 걱정했다(지난달 15일). 변경된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추가 심리를 해야 해 재판이 지연될 수 있는 데다가, 추가된 공소사실이 여러 재판부에서 심리 중인 다른 혐의들과도 관련이 있어 중복 심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소장 변경 허가가 나지 않으면 검찰로선 추가 기소를 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다른 재판부에 사건 부담이 갈 뿐이다. 이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3곳에서 대장동 사건을 하고 있다. 본 사건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는 22부 외에도 23부(부장 조병구)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정 전 실장의 뇌물 사건을, 33부(부장 김동현)는 이재명 대표의 배임 사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사건 병합해달라”에…고심 깊어지는 재판부
재판부는 결국 일부 내용을 수정해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기로 했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달 17일 “전체적인 틀에서 보자면 공소장 변경 허가를 할 수 있는 범위 내”라면서도 “기존에 심리되지 않았던, 증거조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새로 변경된 공소사실에 추가돼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공소장 일부 문구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이 새로 신청서를 냈고 이를 허가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고심은 끝나지 않았다. “사실 제일 좋은 건 하나의 재판부에서 모든 사건을 몰아서 하는 것”이라는 검찰이 지난달 17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건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대장동 본류 사건 재판에 병합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증거가 겹치고, (이해충돌방지법상) 비밀의 누설·이용죄 자체가 배임의 공범 관계이기도 하기 때문에 두 사건을 일도양단으로 나누기 어렵다. (증인 신문이) 다른 재판부에 3~4번 나뉘는 건 피고인의 방어권 침해이자 심리 중복이다.” 실제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지난 3월부터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 연속해 증인으로 출석하다가 건강 이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각종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는 대장동 일당이 “재판 효율과 수사 편의 추구를 위해 피고인의 방어권이 걸레가 되고 있다”(남욱 측)며 가세한 이유다.
이제 와서 합치자니 “양 사건 심리 진행 정도가 너무 차이가 나서 병합하면 장기간 신문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재판부)”된다. 이해충돌방지법 사건이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뗀 만큼, 합쳐서 심리하면 자연히 대장동 본 재판 결론도 훨씬 늦어지게 된다는 거다. 재판부는 “양 사건의 심리해야 할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 부분이 재판부로서는 개괄적으로라도 파악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바로 (병합을) 하겠다고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해충돌방지법 재판에서 대장동 본 재판과 겹치지 않는 증거만 축약해 심리하는 방안을 이날 제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정리해서 알려드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