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의대 증원 문제로 장기간 수업을 거부해온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의 유급과 제적 처리 최종 확정일인 7일 대전의 한 의과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7일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수업 거부로 인한 유급·제적 대상 학생 명단을 정부에 제출하면서 집단 유급 사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학기에 유급을 받은 학생들이 내년도에 복귀할 경우 24·25·26학번 등 3개 학년 1만여명이 같은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각 대학들은 26학번 신입생에게 우선 수강권을 주도록 학칙을 개정하는 등 학습권 보호 조치 마련에 돌입했다. 정부는 대학들에서 유급 등 학사 조치를 제대로 하는 지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사상 초유의 집단 유급 사태 임박…트리플링도 불가피
7일 교육부에 따르면 각 대학들은 이날 자정까지 유급 대상 학생 수, 유급사정위원회 개최일 등을 교육부에 제출한다. 대학들은 통상 수업일수의 4분의1~3분의1 이상 출석하지 않은 학생에게 F를 주는데, 의대는 F가 한 과목만 나와도 상위 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하도록 유급 처분을 받는 학교가 많다. 유급이 수 차례 누적되면 제적 처리될 수 있다.

지난 3월7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총협 회장단 양오봉 전북대 총장, 이해우 동아대 총장 그리고 이종태 의대협회 이사장이 학생 복귀 및 의대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유급 대상자 수 등은 9일 밝힐 예정이다. 교육계에서는 이날까지 수업에 복귀한 학생들이 전체 의대 재적생(1만9000여명)의 30%를 밑도는만큼, 1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유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학사 유연화 조치는 없으며 학칙에 따라 엄정하게 학사를 운영할 것”이라며 “서류를 검토해 이상이 발견될 경우 개별 대학 조사를 통해 유급 대상자 명단과 처분 내용을 대조하고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대부분 의대는 학사과정이 1년 단위로 진행되므로, 이번 학기에 유급되면 이듬해 1학기에야 복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유급 처분을 받은 24·25학번이 내년 1학기 복학하면 신입생(26학번)을 합쳐 총 3개 학년, 약 1만여명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 수업 복귀 시점으로부터 2년 후, 소수 인원으로만 진행되는 실습이 많아지는 본과 때부터는 수강 인원 초과로 일부가 수업을 듣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이 졸업하는 6~7년 후엔 의사 국가고시, 전공의 취업 등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제적 위기에 5개 의대생 돌연 복귀…강경파는 “자퇴 결의”
복귀 데드라인을 앞둔 의대생의 반응은 갈렸다. 학칙상 1개월 무단결석 시 제적 처리되는 순천향대ㆍ을지대ㆍ인제대ㆍ차의과대(의학전문대학원)ㆍ건양대에선 대다수 학생이 복귀했다. 한 학교 관계자는 “오늘 학생들이 갑자기 수업에 몰린 것은 사실이지만, 한 달에 한 번만 출석하면 제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온 건지, 정상적인 복귀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의과대학 모습. 김종호 기자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 “학생들을 제적 하겠다며 협박하는 교육부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한 규정을 무력화 하고 있다”며 “이들의 불법적 행위를 고발하겠다”고 했다. 의대협 측은 각 대학 학생회를 통해 성명서를 배포하며 40개 대학 대표들이 자퇴를 결의했다고도 밝혔다.
일각에서는 6월 대선 이후 현 정부가 내린 조치가 원상복구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강경파의 수업 거부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대를 운영하는 한 비수도권 총장은 “차기 정부가 들어서도 의대생만 구제할 경우 국민의 비난 여론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학생들이 간과하고 있다”며 “오늘 명단이 확정되면 이를 번복할 수 있는 절차는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