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1~2월까지만 해도 부동산 등 자산시장 거래 부진에 따른 양도세·증권거래세 감소가 세수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3월부터 법인세가 주범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LG전자를 비롯해 100만개 넘는 12월 결산법인이 지난해 실적을 근거로 올해 3~4월에 걸쳐 법인세를 신고·분납하는 구조라서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4조3100억원)이 1년 전보다 68.9% 급감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1조8984억원 영업 손실을 냈다. 한국전력공사·포스코·HMM·LG디스플레이·현대제철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조 원 이상 줄었다.
‘중간예납’도 변수로 떠올랐다. 중간예납은 매년 8~10월 상반기 실적에 기반해 추정한 세액의 절반을 납부하고, 나머지를 이듬해 3~5월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납세 부담을 분산하고 재정 수입을 균형 있게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상반기엔 주요 기업 실적이 좋아 8~10월 중간예납액이 34조 3000억 원에 달했다. 2021년보다 8조7000억원 늘었다. 그런데 하반기부터 급격히 경기 흐름이 나빠졌다. 정 정책관은 “지난해 상반기 실적에 기반해 낸 중간예납액 일부를 올해 3~4월에 환급한 것이 법인세 감소 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021년 큰 흑자를 낸 정보기술(IT) 기업이 지난해 3~4월 법인세를 낸 뒤 8월에 중간예납까지 했을 수 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들어 실적이 적자로 전환했다면 올해 3월에 세금을 내지 않고 오히려 돌려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올해 8~9월 중간예납 실적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적자를 낸 회사의 경우 중간예납을 하지 못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1분기 결산 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스피 622곳(금융업 등 제외)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53% 감소했다. 적자 기업도 152곳(24.44%)에 달했다. 흑자를 낸 기업도 지난해 대비 실적이 악화해 중간예납 규모가 지난해보다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세는 주력 반도체 기업 실적이 핵심인데 올 상반기엔 반도체는 물론 다른 기업 경기도 좋지 않아 법인세를 중간예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경기 침체 전망까지 겹쳐 세금을 중간예납하는 대신 현금 보유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