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서울 도심 불법집회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이 9일 사실상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장옥기 위원장 등 건설노조 집행부 등에 세 차례 소환조사를 요구했으나, 건설노조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도심 불법집회를 수사하는 경찰이 집시법 위반으로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인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전국건설노동조합 앞에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피케팅을 하고 있다. 이찬규 기자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건설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5월 1일 전국노동자대회, 5월 11일 건설노동자 결의대회, 5월 16~17일 건설노조 총파업 결의대회 관련 회의 자료와 집회 계획서 등 각종 문서를 확보했다. 또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의 컴퓨터, 노트북, 태블릿 PC, USB 등 디지털 기기와 메모지, 업무수첩, 테이블 달력 등도 함께 압수 중이다.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대림동 건물 앞에 모여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 “양회동 열사 살려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이 건물에 진입 과정에서는 경찰과 노조 조합원들 사이에 언쟁도 오갔다.
도심 불법집회를 수사하는 경찰이 집시법 위반으로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인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전국건설노동조합 앞에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지난달 16~17일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1박 2일 총파업 집회와 관련해 장옥기 위원장과 민주노총 산하 노조 집행부·조합원 29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당일 오후 5시까지만 집회를 진행하라”는 경찰의 부분금지 통고에도 야간문화제에 참여해 집회를 이어가고, 허가 없이 서울광장 등을 점유했다는 혐의다. 장 위원장 등 건설노조 간부 2명은 집시법 외에 공유재산및물품관리법(공유재산법), 도로법 위반 혐의도 함께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건설노조는 지난달 1일 집회에서는 용산 대통령실 앞 충돌을 선동한 혐의, 지난달 11일 집회에서는 집회 예정 시간보다 빠르게 집회를 시작해 집시법을 어긴 혐의를 받고 있다.
도심 불법집회를 수사하는 경찰이 집시법 위반으로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인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전국건설노동조합 앞에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건설노조는 이날까지 총 세 차례의 경찰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이들은 지난달 1일 분신한 고(故)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장례식을 마치고 경찰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장례는 윤 정권의 노조탄압 사과가 있을 때까지 계속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출석 일정이 사실상 불투명해진 것이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이날 압수수색과 관련, “(노조를) 압박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과 건설노조 간 공방은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다. 건설노조는 이번 집시법 위반 혐의 외에도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로부터 공사현장 채용강요·금품갈취 혐의,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및 횡령 혐의로 전방위 수사를 받고 있다.
이찬규·김정민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