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대 여성 4명의 우정과 삶을 그린 연극 '20세기 블루스'가 2023 두산인문극장 프로그램 일환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1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공연된다. 사진 두산아트센터
나이듦과 여성, 두 소재의 조합이 이색 흥행 코드가 됐다. 60대 여자 친구 네 명의 하루를 그린 연극 ‘20세기 블루스’(윤색‧연출 부새롬)가 연일 매진 사례로 공연계 화제에 올랐다.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전석 99석)에서 국내 초연 중이다. 헌신적인 어머니도, 황혼 로맨스 주인공도 아닌 노년 여성들의 평범한 일상을 그린 연극이 공연되는 건 이례적이다.
인터파크 예매관객 평점은 9.8(10점 만점)이다. “따뜻하고 건강하다” “어쩌면 나의 이야기”란 공감과 함께 극중 명대사를 되새긴 후기가 많다. “나한테는 너희들이, 역사의 시간표니까. 너희들이 로큰롤이고, 우주선 발사고, 시민 평등권이라고. 가장 엄청난 변화들이 기록된 수십년의 역사가 너희들이야” 등의 대사다.
원작은 미국 교육자 겸 극작가 수잔 밀러(79)의 2018년 동명 연극이다. “여성이 60세가 되었을 때 갑자기 섹스리스가 되거나, 매력을 잃거나, 투명인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는 작품 의도대로, 1950년대 태어나 시대를 관통해온 동년배 여성들의 일상을 부각했다.
"나한테는 너희들이 로큰롤이고, 우주선 발사야"

연극 '20세기 블루스' 미국 원작 윤색 및 연출을 맡은 부새롬 연출. 그는 나이듦의 과정을 "나한테 더해질 수많은 새로운 나"라고 표현하며 극중 대니가 입양한 아들에게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그저 또 다른 네가 더해지는 거야. 우리 5살 아들. 우리 10대 사춘기 아들. 수많은 네 모습이 여전히 여기에 있어"라고 하는 는 말을 가장 인상적인 대사로 꼽았다. 사진 두산아트센터
인종·형편·성정체성 차이 넘게 한 시대정신

연극 '20세기 블루스'는 서로 다른 인종, 가정 형편, 성정체성의 네 친구가 1970년대 미국 사회 격랑을 관통하며 40년지기 친구로 살아온 우정과 삶을 그린다. 사진 두산아트센터
밀러의 원작이 탄생한 것도 근래 들어 이러한 여성들의 역사를 돌이켜보려는 예술적 흐름 속에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현지 공연 당시 “이 연극은 2014년 현대미술관이 선보인, 니콜라스 닉슨의 아내와 누이들의 세월을 누적한 초상화 ‘브라운 시스터스: 포티 이어즈(The Brown Sisters: Forty Years)’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짚기도 했다.

연극 '20세기 블루스'에선 배우 이주실(왼쪽부터)이 91세 치매 어머니 베스 역할로 대니 역의 우미화와 모녀 호흡을 맞췄다. 사진 두산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