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헤어 드라이어가 수리 안 된다니"…다이슨 AS 악명

지난해 9월 다이슨 관계자가 무선 청소기 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다이슨 관계자가 무선 청소기 제품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부 이모(52)씨는 지난해 말, 몇 년 전 산 다이슨 청소기의 전원 버튼이 작동하지 않자 애프터서비스(AS)센터에 수리를 맡겼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이달 초에야 ‘한 단계 낮은 부품으로 교체해주겠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처음엔 일정 금액을 내고 프리미엄 서비스를 신청하면 대체품을 보내준다고 했다가, 대체품이 없다며 부품이 들어오면 연락을 주겠다는 거예요. 이후엔 두 달에 한 번씩 연락해 부품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이달 초에야 국내에 해당 부품이 없다고 하는 겁니다.”

이씨는 결국 불편함에 지쳐 작은 청소기를 새로 샀다. 그는 “비싼 돈 주고 산 제품인데 6개월 동안 수리가 안 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앞으로 다이슨 제품은 사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이슨 청소기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69만9000~13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쿠폰 줄 테니 새 제품 사라”  

가전 업계에서 명품으로 불리는 다이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부품이 없어 수개월이 지나도 수리를 못 하거나 수리나 교체 대신 할인 쿠폰을 제시하면 새 제품 구매를 안내하는 등 사후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직장인 김모(40)씨는 최근 3년 전쯤 구매한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아 AS센터에 연락했지만 “부품이 없어 교체가 어렵고, 무상 수리 기간인 2년이 지났다. 할인 쿠폰을 제공할 테니 새 제품을 구매하라”는 답변을 들었다. 김씨는 “50만원 넘게 주고 산 제품인데 수리가 안 된다니 황당했다”며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한 소비자는 “다이슨 에어랩(헤어 스타일링 기기)을 AS센터에 보낸 지 곧 두 달이 된다”며 “접수 후 연락 한 번 없다가 먼저 센터에 문의하니 리퍼 제품 교체로 진행되는데 수요가 많아 일정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한다”며 답답해했다. 에어랩은 다이슨의 대표 인기 제품으로 74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밖에도 “다이슨 AS 악명 높더라” “명성에 비해 AS 대처가 미흡하다” 같은 비난이 이어졌다. 

다이슨의 새 스타일링툴 '플라이어웨이 스무더 노즐'이 부착된 '슈퍼소닉 헤어 드라이어'. 고석현 기자

다이슨의 새 스타일링툴 '플라이어웨이 스무더 노즐'이 부착된 '슈퍼소닉 헤어 드라이어'. 고석현 기자

 

“비싼 돈 주고 산 제품인데…”

코로나19 기간 중 반도체 공급난이나 극성수기 때 AS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최근의 수리 지연은 가전 업계 전체의 현상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슨 측은 이에 대해 “AS 강화를 위해 2019년부터 무상 보증 기간인 2년 내 제품 수리를 맡기면 72시간 안에 제품을 수리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무상 보증 기한이 끝난 뒤에도 유상 수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수리에 필요한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부득이하게 서비스가 지연될 수 있다”며 “서비스가 지연될 경우 대체 상품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2019년 72시간 내 수리 도입했지만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수리를 의뢰한 날로부터 한 달이 지난 후에도 제품을 인도받지 못하면 품질 보증 기한 이내일 경우 같은 종류의 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환불받을 수 있다. 보증 기간이 지났을 때는 구매가 기준으로 가치 감소분을 따져 적정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또한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는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하지만 기준이 되는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에 모든 상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는 않다”며 “환불을 받지 못하면 소비자상담센터(1372)에서 상담할 수 있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AS에 6개월이 소요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업체가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다이슨이 고유의 장점으로 한국 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누렸지만 이를 지속하려면 서비스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스틱 청소기 기준 다이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0~15%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