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대구시내 한 마트 입구에 휴무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7일 국회·정부 등에 따르면 2012년 만들어진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의 야간·휴일 영업 등을 제한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시행 후 경제적 실효성과 e커머스에서 소외된 소비자의 불편함 같은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의 야간·휴일 온라인 배송 제한을 풀어주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2020년 7월), 민주당 고용진 의원(2021년 6월) 등이 대표발의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연합뉴스
하지만 지난달 21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골목상권 피해 등을 내세워 같은 당 발의안에도 부정적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상생 협의에 참여한 (소상공인) 단체 대표성이 부족하다"라거나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허용에 따른 영향 분석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지적하는 식이었다. 결국 어렵게 발을 뗀 이날 논의는 뚜렷한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정부 관계자는 "법 개정이 없으면 상생 협약 이행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준위 특별법도 비슷한 상황이다. 2021년 9월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시작으로 국민의힘 김영식·이인선 의원(2022년 8월) 등 여야에서 3건을 나란히 발의했다. 사용후핵연료가 쌓이면서 '화장실 없는 집' 우려가 커진 원전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선 영구 방폐장 설치가 필수란 공감대가 깔렸다.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전국 원전 내 고준위 방폐물의 포화가 시작될 전망이다. 그러다 보니 원자력 학계뿐 아니라 원전 소재 지자체 등도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원전 소재 지방자치단체 행정협의회 소속 자치단체장과 국민의힘 이인선, 한무경, 김영식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참석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신속 제정 촉구 기자회견이 6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손병복 울진군수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민주당 내에선 법안을 직접 발의한 김성환 의원이 나서서 부정적 의견을 강하게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의 당시 법안 내용과 거리가 먼 '신규 원전 추진' 등을 문제삼는 식이다. 지난달 소위에서도 "원전을 지어 놓은 이상 고준위 영구 폐기장을 지어야 되지만, 이 정부가 원전을 계속 확대하려는 상황에서 이 법 처리하는 게 곤란하다는 얘기를 명확히 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학계에선 "차라리 김 의원 발의안 그대로라도 일단 통과시키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핀란드·캐나다 등 외국은 이미 방폐장 운영 준비에서 앞서가는데, 한국만 미래 세대에 숙제를 떠넘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발의 후 2년이란 충분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국회가 숙제를 못 풀고 있다. 안전한 방폐물 처분을 위한 법안인데 정치적으로 바라보면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