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3나노미터(㎚) 공정 초도 양산을 시작했다고 지난 6월30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3나노 공정은 첨단 파운드리 EUV(극자외선) 공정이 적용되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S3 라인에서 생산된다.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인도, 미·중 갈등 틈새 노려 25조 풀어
글로벌 기업도 호응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인도 구자르트 지역에 총 27억5000만 달러(약 3조7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미국 마이크로칩과 AMD도 ‘인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벵갈루루 등에 대규모 반도체 시설을 짓기로 했다.

박경민 기자
일본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가 구마모토현에 짓는 공장 사업비 1조1000억 엔(약 10조 6000억원) 중 40%를 지원한다.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공장과 차세대 반도체 양산 시설에도 2000억 엔(약 1조8000억원)을 보조한다.
유럽연합(EU)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사업비의 3분의 1이 넘는 100억 유로(약 14조3000억원)를 지원하고, TSMC가 드레스덴에 지을 공장과 관련해서도 보조금 수준을 논의 중이다. 이탈리아와 이스라엘도 인텔의 공장 사업비에 각각 40%, 12.8%를 보조하기로 했다.
‘현재 먹거리’ 된 미래 기술…급해진 이유
한국은 그동안 ‘앞당겨진 기술’ 시대의 수혜를 받았지만 시장에선 ‘벼랑 끝 선두’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이보다 더 불안한 1등은 없다”고 우려한다.

박경민 기자
무엇보다 중국의 부상이 주목받는다. 첨단 기술과 장비의 수입이 막힌 상황에서도 7나노미터(㎚·1나노=10억 분의 1m) 반도체를 탑재한 최신 화웨이 스마트폰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은 응용력이 뛰어나 기존 기술을 가지고도 성능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며 “미국 제재로 중국을 완전히 막을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 부가가치가 높은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반도체에 힘을 싣고 있지만 문제는 의외로 질보다 양이다. 삼성 관계자는 “파운드리 고객 입장에선 안정적인 조달이 중요한데 캐파(생산 규모)가 TSMC와 3~4배 이상 차이가 나니 고객 유치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를 받아 온 화웨이가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SMIC로부터 공급받은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를 탑재한 신형 프리미엄 스마 트폰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했다. 지난달 30일 베이징 시내 한 쇼핑몰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메이트60 프로 광고판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른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은 23.9%로 전년 동기 대비 2.2%포인트 하락했지만, 중국 업체들은 57.1%로 오히려 지배력이 커졌다. 중국은 값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성능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세계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디스플레이 역시 한국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1위를 기록 중이지만,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기술이 올라오며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36.9%)은 중국(42.5%)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LCD가 OLED의 5분의 1~10분의 1 가격인데 소비자 입장에선 OLED와 차이를 크게 못 느끼니 시장을 뺏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적자 나는데 세액공제 무슨 소용”

정부가 경기도 용인을 국가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해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고 지방에도 14개 국가산단을 새로 지정해 반도체·미래차·우주 등 첨단산업을 육성한다. 사진은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연합뉴스
이와 함께 ▶정부의 산업 이해 부족 ▶지원 범위 제한 ▶지원 결정과 실제 집행 부서(기획재정부) 간 의사소통 부족 등을 애로점으로 꼽았다. 일례로 현재 바이오산업 지원은 백신에만 국한돼 있는데 실제 바이오 산업엔 바이오의약품·바이오테크·제조 전문·의료기관·원자재 등 다양한 기업과 사업이 존재한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과거 물량 공세로 대만과 일본의 D램 산업을 제쳐버린 게 한국”이라며 “미·중은 물론 인도와 일본, 이탈리아·아일랜드까지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우리만 인센티브가 너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조금 지급과 함께 해외처럼 이익 창출과 무관하게 환급 형식으로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액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