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수출 규제를 받는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의 스마트폰. 로이터=연합뉴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보조금의 단 1센트도 중국이 우리를 앞서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도록 바짝 경계해야 한다”며 “(가드레일 규정이) 몇 주 안에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방중 기간(8월 27~30일) 화웨이가 신제품을 내놓은 데 대해선 “기분이 언짢았다(upset)”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중국 화웨이가 출신한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 모습이 합성된 가짜 광고.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미국은 그간 14나노 이하인 첨단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지 못하도록 기술ㆍ장비ㆍ제품 수출을 제한해왔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는 미국이 제재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아니라 기존에 수입해 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사용해 7나노 칩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회사 TSMC가 2017년 개발한 멀티 패터닝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여러 차례 작업을 해야해서 비용이 많이 들고 수율(양품률)도 떨어진다.

김영옥 기자
일각에선 미국이 현재 제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반도체 자립 생산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1~13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을 탐방한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제재는 여전히 유효했고, 생존 전략 확보를 위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7나노를 구현한 SMIC의 공정은 기술 경쟁력은 있지만 낮은 수율로 인해 시장성은 상당히 떨어진다. 향후 미국의 제재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노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장비 국산화율이 50%까지 상승하겠지만, 반도체는 특정 공정이 지원되지 않을 경우 나머지 공정도 무의미하다”며 “국산화율이 높다는 게 해외 기술 없이 반도체를 자립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