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벌어지는 러시아군의 성폭력을 군 지도부의 용인 하에 이뤄진 “전쟁범죄”라고 규정하고 규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인 젤렌스카 여사는 24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 CBS 방송 시사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러시아군의 성폭력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는 각각의 사건이 아니다. 러시아군 지도부가 군인들에게 성폭력을 허용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협하고 자신들이 점령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성폭력을 의식적으로 저지른다. 이는 중세 시대부터 행해졌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CBS에 따르면 러시아 군에 의한 성폭력은 우크라이나 검찰에 신고된 것만 231건이다. 이중 아동 피해자는 13명으로, 가장 어린 피해자는 4살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치심 때문에 피해 신고를 못하고 있는 사람을 포함하면 실제 피해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젤렌스카 여사는 추정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가해자가 심판을 받는 것을 보게 될 때 자신의 피해에 대해 말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가해자 처벌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도서관 수백 곳을 불태우고 수천 개의 박물관과 문화시설을 파괴했다며 “문화 역시 ‘전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정치적인 질문”이라며 “직접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모든 미국인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하길 희망한다”며 “그리고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받는 지원이 중단될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미국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할 만큼 했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듯 “민주주의 사회이니까 물론 정치적 논쟁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진리가 이겨야 한다. 진리는 우크라이나 쪽에 있음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을 위한 방미 일정에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