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중국, 日노무라 홍콩법인 대표 출국금지…투자 심리 냉각"

지난 2016년 일본 도쿄에 있는 노무라 증권 본사 영업부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6년 일본 도쿄에 있는 노무라 증권 본사 영업부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인터내셔널의 홍콩법인 고위 임원이 중국 본토에서 출국금지를 당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 보도했다.

 
F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노무라그룹 산하 투자은행인 노무라인터내셔널(홍콩)의 중국지역 투자은행 부문 회장인 찰스 왕(왕중허·王仲何)이 현재 체류 중인 중국 본토에서 출국을 금지당했다고 전했다. 왕씨는 지난 13일 소셜미디어(SNS)에 중국 서부 칭하이성을 여행 중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홍콩에 기반을 둔 일본 노무라인터내셔널의 대표 찰스 왕(왕중허ㆍ王仲何). 사진 중국 진르터우탸오 캡처

홍콩에 기반을 둔 일본 노무라인터내셔널의 대표 찰스 왕(왕중허ㆍ王仲何). 사진 중국 진르터우탸오 캡처

FT는 왕씨가 아직 구속을 당한 상태는 아니지만 이번 조치가 중국 민간 투자은행 차이나르네상스(華興資本)에 대한 조사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차이나르네상스의 바오판(包凡) 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종적을 감췄다가 지난 2월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당국은 중국공상은행(ICBC) 산하 회사인 ICBC인터내셔널홀딩스가 지난 2017년 차이나르네상스에 2억 달러(약 2700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을 내준 과정에 비리가 있었는 지를 조사 중이다. 당시 ICBC인터내셔널홀딩스의 대표였던 충린(叢林)은 두 회사 간에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차이나르네상스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FT는 “이번에 왕씨가 출국금지를 당한 것은 충린과 ICBC인터내셔널홀딩스 근무 기간이 겹치는 것과 관련이 크다”고 전했다. 채용플랫폼 링크드인에 따르면 왕씨는 2011~2016년 ICBC인터내셔널홀딩스에서 근무했다.

 

 중국 투자은행 차이나르네상스의 바오판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투자은행 차이나르네상스의 바오판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들어 중국 당국은 금융권에 대대적으로 사정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이 확정된 지난해 10월 이후 벌인 ‘반부패 운동’의 칼날이 금융계로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3월 공산당 중앙 기율위원회 국가감찰위원회(CCDI)·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CBIRC)는 6개 국영 은행 경영진과 가진 비공개 회의에서 자국 금융산업에 대한 반부패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류롄거 중국은행 회장, 왕웨이·왕즈헝 중국은행 부행장, 장이 농업은행 부행장, 왕톈위 정저우은행 회장, 장민 건설은행 부행장 등이 올해 갑자기 물러났다. 이들의 사임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부패 연루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류리시엔 전 중국공상은행(ICBC) 기율검사위원회 서기도 최근 부패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중국 법원은 최근엔 뇌물수수·해외재산은닉 혐의로 중국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아 온 왕빈 중국생명보험그룹 전 회장의 재산을 전액 몰수하고 왕 전 회장에 사형집행유예(무기징역)를 선고했다. 사형집행유예는 집행을 2년간 유예한 후 무기징역으로 감형하는 중국 특유의 제도다. 재판부는 왕빈이 즉시 죄를 자백하고 반성한 점을 감안해 감형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출국금지 조치가 외국계 기업 임원에 내려졌다는 점이다. FT는 “미국 국무부는 중국 당국이 자의적인 법 집행을 통해 출국금지 등을 통해 부당하게 구금할 위험이 있어 중국 여행을 재고하라고 경고해 왔다”며 “왕씨에 대한 출국금지는 해외 기업들의 중국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 신뢰도를 냉각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산케이신문도 왕씨의 출국금지 소식을 전하며 “중국에서 간첩 행위의 범위를 확대한 ‘신방첩법’(반간첩법 개정안)을 지난 7월 시행한 후 외국계 기업의 중국 내 활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