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봉오동 전투와 홍범도 과잉 현상

김방현 내셔널부장

김방현 내셔널부장

봉오동 전투에서 공을 세웠다고 하는 홍범도(1868~1943)가 요즘 대전에서도 뉴스의 인물로 부상했다. 평양 출신인 홍범도는 대전과 아무런 연고가 없다.

홍범도가 대전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21년 8월 문재인 정권이 카자흐스탄에 있던 그의 유해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면서부터다. 하지만 기형적인 홍범도 묘역과 홍범도길 지정 등으로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홍범도 묘역은 독립유공자 제3묘역에 8평(26.4㎡)으로 만들었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홍범도가 안장되기 13일 전 이장(移葬)한 애국지사도 8평에 안장할 수 있게 묘역 운용지침을 바꿨다. 그전까지는 이들에게 1평(3.3㎡)만 허용했다. 홍범도 묘비 글은 대전현충원 9만7600여기 가운데 유일하게 신영복(전 성공회대 교수) 서체로 썼다. 신영복은 통일혁명당 사건(국가보안법)으로 20년간 복역했다.

대전 유성구가 2021년 대전현충원 가는 길을 ‘홍범도 장군로’로 지정했다. 홍범도는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유성구가 2021년 대전현충원 가는 길을 ‘홍범도 장군로’로 지정했다. 홍범도는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나아가 대전 유성구는 그해 10월 대전지하철 현충원역에서 현충원까지 2.02㎞를 ‘홍범도장군로’로 지정했다. 이에 현충원 가는 길에 특정인 이름을 붙이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전현충원에는 백선엽 장군, 천안함 46용사 등 수많은 호국영령이 잠들어있다. 최근에는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이 일자 홍범도장군로에서 걷기대회가 열렸다. 흉상 이전을 반대하기 위한 행사였다. 이 대회에는 민주당 소속인 대전 국회의원과 전직 대전시장·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그러자 홍범도로철회대전시민운동본부는 “자유민주주의를 국체로 하는 대한민국에서 홍범도를 이렇게 우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홍범도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유해 안장부터 계속되는 일련의 과정은 ‘홍범도 과잉’이란 생각이 든다.

홍범도는 공훈(功勳)과 행적을 두고서도 논란이 많다. 우선 봉오동 전투 전과(戰果)를 놓고 기록마다 엇갈린다. 임시정부 기관지 격인 상해 독립신문 등에 따르면 봉오동전투에서 사망한 일본군은 적게는 57명에서 많게는 157명으로, 일정하지가 않다. 반면 ‘봉도동부근전투 상보’ 등 일본 측 여러 기록에 따르면 일본군 사망자는 일관되게 1명이다. 홍범도는 소련 공산당에 가입해 당증까지 받은 기록이 있다. 또 1921년 자유시 참변 당시 독립군 무장해제에 앞장선 인물이다.

하지만 홍범도를 보는 시각은 ‘항일무장투쟁의 영웅’ ‘독립군을 배신한 공산주의자’ 등으로 진영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사실상 독립운동 기준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은 자유·인권·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드는 건국 운동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볼 때 홍범도가 항일무장투쟁을 한 것은 맞지만, 건국과 연결하기는 무리가 있다. 또 육군사관학교와도 어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