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냉장고'가 사라진다…"남극 얼음 녹아 새끼펭귄도 익사"

호주 남극 프로그램의 X(옛 트위터)에 게재된 남극에 서식 중인 황제펭귄 무리. 사진 호주 남극 프로그램 X 캡처

호주 남극 프로그램의 X(옛 트위터)에 게재된 남극에 서식 중인 황제펭귄 무리. 사진 호주 남극 프로그램 X 캡처

겨울철 남극의 해빙(海氷·바다 얼음) 면적이 역대 최소 수준을 기록했다고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남극의 해빙이 쪼그라들수록, 지구 온난화 속도가 가팔라지는 건 물론 남극에 서식하는 펭귄 등의 생태계도 위태롭게 된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올겨울 남극 해빙 면적은 지난 10일 기준 1696만㎢로 1979년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존 최저치인 1986년 겨울(1800만㎢)보다 약 100만㎢나 줄어든 규모다. 단 이번 집계는 아직 공식 기록은 아니고, 기타 변수를 반영한 최종 수치는 내달 초에 발표된다.

남극의 해빙이 줄어드는 속도는 위협적인 수준이다. 지난 2월 측정한 남극의 여름철 해빙 면적도 종전 기록을 갈아 치우고 최저치를 찍었다. 올해 여름·겨울을 통틀어 해빙 면적이 역대 최소를 기록한 셈이다. NSIDC 수석 연구원 월트 마이어는 “올해는 극적으로 기록을 경신한 해”라고 평가했다.

남극에 떠있는 빙산. 로이터=연합뉴스

남극에 떠있는 빙산. 로이터=연합뉴스

해빙 면적이 감소하는 배경에는 지구 온난화가 가장 먼저 손꼽힌다.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따뜻해진 바닷물이 해빙을 점차 녹였다는 설명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밝힌 해수면 평균 온도는 올해 4월 기준 섭씨 21.1도로, 2016년 3월 최고 기록(21도)을 넘어섰다. 다만 남극의 해빙 면적은 변동성이 큰 편이기 때문에, 현 상태를 새로운 표준으로 확정하려면 향후 몇 년간 기록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과학계의 입장이다.

문제는 남극의 해빙이 빠르게 녹을수록 지구 온난화 속도도 앞당겨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남극의 해빙은 태양열을 대기로 반사해 높아진 해수면 온도를 식혀주기 때문에 지구의 온도 조절기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해빙이 줄면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고, 뜨거워진 바다가 다시 해빙을 가파르게 녹이게 될 수 있다. 영국 BBC가 “‘지구의 냉장고’인 남극이 ‘지구의 난로’로 변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남극에서 황제펭귄 새끼들이 함께 서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남극에서 황제펭귄 새끼들이 함께 서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남극의 생태계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해빙 위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펭귄들의 보금자리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어서다. 영국 남극연구소의 피터 프렛웰 연구팀이 지난해 남극 벨링스하우젠해 중·동부의 황제펭귄의 서식지를 조사한 결과, 기존의 보금자리 5곳 중 4곳이 녹아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폐사한 새끼 황제펭귄은 최대 1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황제펭귄은 멸종 위기종이다. 연구팀은 “갓 태어난 새끼 펭귄은 헤엄을 칠 수 없는데, 해빙이 깨지고 무너진 결과 새끼 펭귄들이 대부분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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