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올겨울 남극 해빙 면적은 지난 10일 기준 1696만㎢로 1979년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존 최저치인 1986년 겨울(1800만㎢)보다 약 100만㎢나 줄어든 규모다. 단 이번 집계는 아직 공식 기록은 아니고, 기타 변수를 반영한 최종 수치는 내달 초에 발표된다.
남극의 해빙이 줄어드는 속도는 위협적인 수준이다. 지난 2월 측정한 남극의 여름철 해빙 면적도 종전 기록을 갈아 치우고 최저치를 찍었다. 올해 여름·겨울을 통틀어 해빙 면적이 역대 최소를 기록한 셈이다. NSIDC 수석 연구원 월트 마이어는 “올해는 극적으로 기록을 경신한 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남극의 해빙이 빠르게 녹을수록 지구 온난화 속도도 앞당겨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남극의 해빙은 태양열을 대기로 반사해 높아진 해수면 온도를 식혀주기 때문에 지구의 온도 조절기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해빙이 줄면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고, 뜨거워진 바다가 다시 해빙을 가파르게 녹이게 될 수 있다. 영국 BBC가 “‘지구의 냉장고’인 남극이 ‘지구의 난로’로 변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남극의 생태계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해빙 위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펭귄들의 보금자리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어서다. 영국 남극연구소의 피터 프렛웰 연구팀이 지난해 남극 벨링스하우젠해 중·동부의 황제펭귄의 서식지를 조사한 결과, 기존의 보금자리 5곳 중 4곳이 녹아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폐사한 새끼 황제펭귄은 최대 1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황제펭귄은 멸종 위기종이다. 연구팀은 “갓 태어난 새끼 펭귄은 헤엄을 칠 수 없는데, 해빙이 깨지고 무너진 결과 새끼 펭귄들이 대부분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