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1318.8원까지 올랐던 원화값은 최근 들어 급격히 떨어지는 모양새다. ‘킹 달러(달러 초강세)’ 가 재차 도래한 영향이다. Fed의 강력한 매파(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달러값이 다시 솟구치고 있다.
미국 예산안 처리 지연에 따른 미국 연방정부 업무정지(셧다운) 가능성도 달러 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정부 셧다운 우려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이어진다.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 등에 따라 금융시장 내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나며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원화값이 1350원 문턱에서 가까스로 멈춰섰지만, 원화 가치 하락 추세는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 4분기 외환시장에 대해 “Fed의 긴축 스탠스 등으로 원화 값 상승 전환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며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당초 예상보다 낮은 1290~1390원 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떨어지는 원화값은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고금리‧고유가와 맞물려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의 긴축 여파로 국내 시장 금리가 꿈틀대는 가운데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며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 둔화와 가계부채 부실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환율과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다시 뛰고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며 “이럴 경우 경기 반등 시기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기도 이천 소재 SK하이닉스 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전반적인 경기 회복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며 “환율은 달러 강세에 따른 주요국의 환율 흐름과 큰 틀에서 비슷해 보이는데, 특별한 요인 없이 투기적인 흐름이 나타나거나 시장 불안이 심해지면 당국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