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한때 1350원대…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킹 달러’ 귀환

안정세를 보였던 원화값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장기화 신호에 따른 강달러 후폭풍을 맞으면서다. 연내에 달러당 원화 가치가 139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高)금리‧고유가에 가파른 원화 약세(고환율)가 겹치며 한국 경제가 ‘3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5원 오른 1355워원에 개장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5원 오른 1355워원에 개장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 대비 0.8원 떨어진(환율은 상승) 1349.3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하루 만에 12원 떨어지며 단숨에 경신한 연중 최저점을 다시 갈아치웠다. 지난해 11월 23일(1351.8원) 이후 가장 낮은 값이기도 하다. 이날 달러 당 원화가치는 오전 한때 1356원을 찍었다. 다만 이날 오후엔 단기 급등에 따른 경계감 확산 등으로 원화값 내림폭이 축소됐다.

이달 1일 1318.8원까지 올랐던 원화값은 최근 들어 급격히 떨어지는 모양새다. ‘킹 달러(달러 초강세)’ 가 재차 도래한 영향이다. Fed의 강력한 매파(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달러값이 다시 솟구치고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Fed는 지난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5.25~5.5%)으로 동결했다. 하지만 내년 말 금리 전망치를 연 5.1%로 지난 6월(연 4.6%) 전망 보다 0.5%포인트 올렸다. 고금리 기조를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여기에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의 ‘7% 금리’ 발언도 달러 강세에 불을 붙였다. 그는 지난 25일(현지 시간) 인도 매체인 타임스 오브 인디아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는 Fed가 기준금리를 연 7%로 올릴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다음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6 선을 넘으며 올해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 예산안 처리 지연에 따른 미국 연방정부 업무정지(셧다운) 가능성도 달러 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정부 셧다운 우려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이어진다.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 등에 따라 금융시장 내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나며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원화값이 1350원 문턱에서 가까스로 멈춰섰지만, 원화 가치 하락 추세는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 4분기 외환시장에 대해 “Fed의 긴축 스탠스 등으로 원화 값 상승 전환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며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당초 예상보다 낮은 1290~1390원 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떨어지는 원화값은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고금리‧고유가와 맞물려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의 긴축 여파로 국내 시장 금리가 꿈틀대는 가운데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며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 둔화와 가계부채 부실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환율과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다시 뛰고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며 “이럴 경우 경기 반등 시기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기도 이천 소재 SK하이닉스 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전반적인 경기 회복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며 “환율은 달러 강세에 따른 주요국의 환율 흐름과 큰 틀에서 비슷해 보이는데, 특별한 요인 없이 투기적인 흐름이 나타나거나 시장 불안이 심해지면 당국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