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이달 EU에 시정조치안…EU집행위에 쏠리는 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가 시작된 지 만 3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 미국, 일본의 승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EU에 ‘아시아나 화물 매각’ 초강수 두나

2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EU 집행위원회에 이달 말까지 경쟁 제한성 완화를 위한 시정 조치안을 확정해 제출할 계획이다. EU 집행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낸 2021년 1월 이후 계속해서 제기돼 온 ‘유럽 노선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EU 집행위는 지난 8월 3일까지 양 항공사의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현재 이를 연기한 상태다.

대한항공이 이달 제출할 시정 조치안에는 외국 국적 항공사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중복으로 취항하는 유럽 4개 노선을 넘기고,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전체를 매각한다는 방침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가 화물 운송 서비스의 경쟁 위축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만큼 대한항공 측이 화물 사업부 매각과 관련된 내용을 강조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화물은 아시아나항공의 ‘알짜’ 사업이었다. 그런 만큼 두 회사 합병으로 인한 경쟁 제한을 우려한 EU 경쟁 당국의 요구사항을 사실상 전부 받아들인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화물 사업 매출은 3조원 규모다. 올해 반기 기준 화물 사업 실적 비중(24%)은 국제여객(62%) 다음으로 높고 국내여객(6%) 보다는 훨씬 크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알짜 사업부인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안건을 승인할지도 난관이다.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방식의 합병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라는 본래 합병 취지에 어긋난다는 여론도 극복해야 한다. 화물사업을 팔고 황금 노선을 줄줄이 외국 항공사에 내주면 국가 차원의 항공 경쟁력에도 좋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 심사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업계 종합, 금융감독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 심사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업계 종합, 금융감독원]

아시아나 화물·노선 ‘차·포’ 떼는 이유는

항공업계에선 대한항공이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한항공은 합병 자금으로 1조원 이상을 이미 투입했고, 2020년 12월부터 올해까지 국내·외 로펌 및 자문사 비용으로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쓴 만큼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올인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조원태 회장 역시 지난 6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합병 성공을 위해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조 회장으로선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메가 케리어(초대형 항공사)’로 가기 위한 능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경영권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이달 EU 측에 시정 조치안을 제출하는 만큼 심사에 1∼2개월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합병 후 탄생할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에게 화물 운송 사업은 알토란 중 알토란인 만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부문 매각을 약속한다면 EU 경쟁 당국으로서는 합병승인을 거절할 큰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리 말해 합병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EU의 양사 기업결합 심사 결과는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지는 미국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